"검사 재갈 물리는 게 검찰개혁인가" 항의 댓글 급속 확산
검사 공격한 장관에 집단반발 확산
검사 230여 명은 30일 오후 10시 기준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을 마치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의 글에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29일 60여 명이 동참했는데 하루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 검사 2000여 명 중 10% 이상이 댓글로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30, 40대 검사들은 추 장관이 일선 검사들의 비판 의견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세운 점을 문제 삼았다. 한 검사는 “다른 의견을 말하면 인사 불이익이나 감찰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게 ‘개혁’인지 의문”이라고 썼다.
▼ “검사 재갈 물리는 게 검찰개혁인가” 항의 댓글 급속 확산 ▼
검사 230여명 ‘추미애 좌표찍기’ 반발
“의견 개진 이유 조롱받는 현실 개탄”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 댓글도 임은정 “검찰 자성해야” 글 올리자 “물타기로 들린다” 비난 댓글 檢내부 “사실상 온라인 평검사회의”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검사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 검찰개혁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평검사를 겨냥해 “이렇게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좌표 찍기’한 것을 두고 일선 검사들이 “이제 언로(言路)까지 막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30일까지 검찰 내부망에는 검사 230여 명이 추 장관의 타깃이 된 동료 검사를 향해 “나도 커밍아웃” “깊이 공감한다”는 지지 댓글을 올렸다. 전국 2000여 명의 검사 중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로 사실상 ‘온라인 전국 평검사 회의’가 소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말 미제 처리 등으로 의견을 내지 못한 검사가 주말 이후 댓글에 추가 동참하고, 검찰청별로 평검사 회의가 열리면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으로 번질 수 있다.
○ ‘톱다운식’ 개혁 방식에 평검사 불만 폭발
검사들의 댓글 행렬은 각각 11년 차, 13년 차인 두 명의 평검사 글에 집중적으로 달리고 있다. 먼저 28일 내부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으로 추 장관을 겨냥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의 글에는 이틀 만에 76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29일 아침 추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밍아웃 운운하며 이 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8시간 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장관님의 SNS 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서는 마치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저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 “사실상 7년 만에 온라인 평검사 회의” 평가
추 장관이 2005년 이후 절제돼 온 수사지휘권을 연속 발동했을 때도 잠잠하던 검찰 내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추 장관 발언을 검사들이 사실상 ‘평검사 입단속’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 간의 갈등에 침묵했던 30, 40대 일선 검사들이 2013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퇴임 논란 이후 7년 만에 평검사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2013년 평검사 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검사는 “집단 댓글의 시발점이 된 두 검사가 모두 평검사 회의 소집 기수인 수석급 검사들이고, 이에 동조하는 검사들 상당수가 부부장급 이하부터 초임 검사까지 평검사 위주”라며 “요즘 방식의 평검사 회의가 온라인에서 이미 진행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강기정 임은정 “검사들 자성해야”에도 반발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30일 오전 8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 커밍아웃’ 사태를 두고 “국민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수석이 페북 글을 올린 지 1시간여 뒤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할 거 같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검사들은 “물 타기로 들린다” “본인만 자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는 비난 댓글을 달았다.
신동진 shine@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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