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만 되면 기현상"..日수출된 빼빼로데이의 첫 시작

전영선 2020. 10.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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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63. 빼빼로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와 아몬드 빼빼로. 가장 많이 팔린 빼빼로다. 사진 롯데제과



문제: 국내 제과사 출시 과자ㆍ스낵 중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제품은?

답은 1983년 4월 탄생한 롯데제과의 빼빼로다.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어지간해서 과자ㆍ스낵으로는 내기 힘든 실적이다. 이런 빼빼로의 가장 큰 매출 동력은 바로 ‘빼빼로데이(11월 11일)’다. 이날을 전후해 빼빼로 한 해 판매량의 절반이 나간다. 빼빼로데이를 롯데제과에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기원은 의외로 자생적인 대중 기념일이다.


부산 여고생들이 유행시킨 기념일
가늘고 긴 스틱 형태의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빼빼로는 출시 직후부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초기 서울 영등포 공장과 경남 양산공장에서 만들었는데, 출시 1년이 되지 않아 생산라인을 증설할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83년부터 37년간 총 32억갑이 팔렸다. 누적 매출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급증한 건 90년대 중반, 빼빼로데이가 생긴 이후부터다.

1983년 첫 출시 당시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 사진 롯데제과

빼빼로데이는 93년께 부산의 한 여자 중학교 학생들이 만들어 지역에서 유행하다 전국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1월 11일 빼빼로를 주고받으면서 “살을 빼자”, “날씬해지자”고 하면서 확산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롯데제과 경남지역 영업소장이 “매년 11월 11일만 되면 빼빼로가 갑자기 많이 팔린다”고 보고를 하면서 본사에서 진위 확인에 나섰다고 한다. 이후 롯데제과가 할인점에 홍보 플래카드를 거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면서 빠르게 유행했다.

이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96년께다. 연합통신은 96년 11월 13일 “1자가 4번 겹친 11월 11일은 새로운 관습을 만들기 좋아하는 신세대, 청소년들이 친구, 연인, 선후배들에게 날씬해지라는 기원을 담아 빼빼로 등 길고 가는 물건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상점 앞에서 빼빼로데이 상품을 구경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신문ㆍ방송 등에서 ‘국적 불명의 장삿속 행사’, ‘청소년 노리는 상혼’이라는 비난이 11월이 되면 단골로 등장했지만, 오히려 빼빼로데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날짜가 같은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서울에서 진행된 가래떡데이 행사. 중앙포토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수출되기도 했다. 빼빼로와 유사한 모양 과자 ‘포키’를 만드는 일본 글리코는 ‘포키 앤 프레첼 데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헤이세이(平成) 11년인 99년에 시작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헤이세이 11년 11월 11일, 1이 6번 나오는 날 시작하기 위해 글리코 마케팅 담당자가 98년 롯데제과 홍보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와 빼빼로데이의 기원과 현황, 이벤트에 대해 조언을 구해와 전수해주었다”고 말했다. 또 한류에 힘입어 롯데제과가 진출한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선 빼빼로데이가 알려져 있다. 롯데제과는 올해 몽골과 카자흐스탄 현지 점포에서도 다양한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빼빼로는 현재 5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빼빼로? ‘아몬드 빼빼로’
롯데제과는 지난 37년간 다양한 빼빼로를 개발했다. 오리지널인 초코 빼빼로를 기본으로 아몬드 빼빼로, 누드 빼빼로,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내놓는 기획 신제품 등이 있다. 롯데제과는 매년 10여종의 제품을 운용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아몬드 빼빼로다. 초코 빼빼로 위에 아몬드를 뿌린 것으로 빼빼로 전체 매출의 32%를 담당한다. 화려한 신제품보다 원조의 인기가 좋다.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는 거의 움직임 없이 매년 2위로 매출 22%를 차지한다. 매출 15% 정도인 누드 빼빼로가 통상 3위다.

올해 빼빼로데이를 겨냥해 출시된 ‘야심작’은 농협과 손잡고 이천 쌀로 만든 ‘우리쌀 빼빼로’다. 막대 과자에 쌀가루를 화이트 초콜릿과 함께 입혔다. 일반 빼빼로보다 크기가 큰 ‘빅(Big) 빼빼로’에 속한다. 롯데제과는 “쌀의 달곰하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새로운 맛의 빼빼로”라고 설명했다.

2020년 빼빼로데이를 겨냥한 만들어진 우리쌀 빼빼로.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 사회공헌 활동 상징

롯데제과는 빼빼로 수익금 지역아동센터 건립 사업을 하고 있다. 7호 충남 태안 스위트홈인.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는 빼빼로가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과자”라는 데 착안해 자사 사회공헌활동에도 활용한다. 빼빼로 판매 수익금으로 ‘롯데제과 스위트홈’ 건립 사업을 펼친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는 스위트홈 사업은 놀이 공간과 학습공간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세우는 지역아동센터다.
2013년 시작해 올해 전남 신안군에 8호 스위트홈이 설립됐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밀알복지재단 등을 통해 이웃에게 빼빼로를 전달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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