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위험하다"면서도.. 여행·외식 권하는 정부

박유빈 2020. 10. 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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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심각' 강조하면서도 소비·지출 부추겨
방역당국 "상황 보면서 유동적으로 조절할 것"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들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했던 숙박·여행·외식 할인권을 30일부터 다시 지급했다. 방역당국은 연일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 수준이라면서도 동시에 정부는 외식을 권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입장 차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살펴가며 필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밖으로 나가 돈 쓰라’는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내수 관광업계의 회복을 위해 관계 기관 논의를 거쳐 할인권 지급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지난 28일 결정한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등 관광 내수 재개 방안’에 따른 것이다. 할인권 지급은 1112개 여행상품에 대해 가격을 30% 깎아주는 방식, 3차례 외식을 하면 4회차 외식 때 1만원을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오는 11월 4일부터는 여행자 100만 명에게 3만원·4만원 할인권을 제공하는 숙박 할인과 유원시설 이용 할인도 재개한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월부터 이 할인권 배포를 시작하려 했으나 광복절 집회 등의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며 소비를 촉진하는 모든 사업을 연기했다. 다시 확진자 수가 방역당국이 통제 가능한 범위로 낮아지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외식업계과 여행, 숙박, 문화산업 분야 등에 할인이라는 유인책을 제공해서라도 소비를 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목표로 세운 소비액은 1조원 상당이다.

◆여전히 매일 반복되는 ‘코로나19 심각’ 경고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한 시민이 방역 게이트에서 나오는 소독약으로 손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관광과 외식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면 자칫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9일 코로나19 위기 단계는 여전히 가장 높은 ‘심각’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이후 많은 분이 감염병 위기 단계가 낮아진 것으로 오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100명 안팎에서 오르내리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단계는 1단계이지만 여전히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밀접·밀폐·밀집 환경에서 언제든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지난 5월 클럽발 집단감염의 뼈아픈 경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핼러윈 데이가 낀) 주말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핼러윈 데이’ 당일인 31일 다수가 실내에 밀집할 것을 우려해 일부 클럽과 주점은 자진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8일 서울 이태원과 강남, 홍대 등에 있는 대규모 인기 클럽들은 핼러윈 데이를 포함해 다음달 3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끝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핼러윈 기간 휴업을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또 전국 지자체는 각 지역 소속 클럽과 주점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유행, 새로운 ‘역량 강화’ 계기로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여행과 외식을 권장하는 것이 ‘엇박자’처럼 비칠 것은 우려해선지 방역당국은 할인 방침이 가변적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까지 대규모 확산이 억제되고 있고 방역과 의료 역량을 확충해 큰 문제 없이 대응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할인권 지급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해당 사업을) 중단, 예약취소, 연기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관광·외식업계가 더 철저하게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소비 할인권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도 당연히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경기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할인권 지급은) 통제 가능한 범위, 관리 가능한 역량을 조금씩 올려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며 “여행 등 할인권을 이용하는 분들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또 환자가 늘어나면 방역당국은 다시 통제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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