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로그] 다친 노동자에게 치료의 손길..'녹색 병원'

김경호 2020. 10. 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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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30대 노동자가 펄펄 끓는 쇳물에 빠져…"

"냉동 창고에서 일하던 근로자 5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에 이어 올해 들어 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힘없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어디에서 치유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앵커로그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아프고 힘든 노동자들이 기대는 곳을 찾아왔습니다."

(백남기 농민, 세월호 유가족, 삼성 피해 노동자… / 기댈 곳 없는 이들의 벗이 돼온 녹색병원)

[윤간우/녹색병원 의사] "뒤돌아보세요. 숨 천천히 쉬어 보세요. 어제보다는 숨찬 거 좀 나으세요?" (많이 좋아졌어.) "진폐라는 게 왔다 갔다 해요."

[앵커] "어떤 공장에서 일하셨어요?"

[진폐증 환자] "석재 일이요. 천공기로 구멍을 뚫고 그 먼지는 다 마셔서. 그러다 보니까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앵커] "어디서 치료비를 받거나 보상을 받은 건?"

[진폐증 환자] "없어요." (전혀 없어요?) "없어요. 여기 와서 요즘에 많이 좋아졌어요."

[앵커] "이 병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진폐증 환자] "그때는 개인병원에서 살다 못 살면 그냥 죽는 거죠. 돈이 없으면 죽어야죠. 어쩔까요."

(민간병원이면서도 '직업병 환자 진료소'를 비영리로 운영)

(15년째 노동자들을 돌보고 있는 담당의사)

[윤간우/녹색병원 의사] "첫 직장이고요. 그 뒤로 계속 떠나지 않고 여기 있습니다." (처음에 와서 만났던 노동자들의 모습은?) "네. 기억나요. 에버랜드 퍼레이드 하는 무용수였는데."

(MBC뉴스데스크. 2007.6.19.) "통증이 심했지만 5kg이 넘는 나비 의상을 입고 공연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춤을 췄던 발레리나는 이제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습니다."

[당시 윤간우 과장] "계속 무거운 장신구를 몸에 걸치고, 디스크 증상들이 더욱더 악화된 것으로…"

[윤간우/녹색병원 의사]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큰 열차라고 치면 3등 칸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은 노동자들이거든요. 건강 문제를 통해서 근로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싸우는 병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제가 지금 원장실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이 원장실이 지하 2층에 있다고 합니다. 보통 병원의 원장실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있는데."

('낮은 곳을 지향하라' 설립자의 뜻을 따라 / 병원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원장실)

(원진레이온 산재 피해자들의 기금으로 설립)

[임상혁/녹색병원장] "원진 레이온 노동자들이 이 병원을 만들 때 부탁했던 얘기가 '다시는 우리나라 땅에 자기들 같이 불행한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 1층, 다른 병원에는 없는 곳이…)

[임상혁/녹색병원장] "공권력의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의료 기관이 없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인권치유센터고요."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온 경비원 노동자)

(MBC뉴스데스크 2020.7.1.) "주차 위반 차량의 딱지를 붙였다는 이유로, 차 주인이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했습니다."

[앵커]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드셨나 봐요."

[정안수/경비원] "요즘에는 웃음이 사라졌어요. 우울증도 같이 와서."

[앵커] "(심리치료가)도움은 되는 것 같으세요?"

[정안수/경비원] "그렇죠. (노동자들을)많은 상담을 해 봐서 그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니까."

(늦은 오후, 국회 앞 농성장까지 찾아가는 의료진 / "해고 철회" 촉구하며 단식 중인 이스타 조종사 노조)

[임상혁 / 녹색병원장] "혈압 한 번 재볼게요. 아이고 내가 너무 약하게 했다." (더 세게 하셔도 돼요.) "이러면 아픈데?" (마음보다 더 아프겠어요?)

[박이삼 지부장/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일부러 이렇게 찾아오셔서 노동자들 돌봐주시겠다고 하시면 저희는 힘이 되죠."

[임상혁 / 녹색병원장] "아주 위험한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안 하는 경우도 그런 사람들도 있었고요." (진짜 이제 그만 단식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을 안 들으시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강제로 태우고 가요."

[앵커] "고공농성장은 또 단식 농성장하고 다른 특성이 있죠?"

[임상혁/녹색병원장] "외로움. 외로움. 거기 올라가는 것 자체가 거의 죽음이에요. 내가 왜 이 짓을 해서 올라간다고 했나." (굉장히 무서우셨겠어요.) "네. 굉장히 무서웠죠."

(MBC뉴스데스크 2019.11.29) "구급대원과 의사가 사다리차를 타고 역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이보라/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장] "눈 좀 떠보세요. 힘이 없어요? 가슴이 답답해요? 내려가셔야 할 것 같아. 한계가 온 거 같아."

(또 다른 단식농성 현장,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조 / '원거리 부당 발령'에 항의하며 2주째 단식 중)

[임상혁/녹색병원장] (동료 단식 농성자는)당뇨 환자였어요. 어제 저혈당 쇼크가 왔어요.

[김종이/케비티지부 전주기술지회 부지부장] "어제 막 식은땀이 나고 갑자기 확 올라오더라고요." (어지럽지는 않고?) "어지럽고 신물이 계속 올라오는데."

(혈당을 재보니…)

[임상혁/녹색병원장] "61. 이거는 정말 낮은 혈당이거든요.너무 위험해. 그래서 단식을 풀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봅시다. 그렇게 해요."

(긴 설득 끝에 단식을 끝내고 병원으로…)

[임상혁/녹색병원장] "갑시다. 병원에서 봅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 전태일 열사 50주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탄생시킨 병원.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임상혁/녹색병원장] "저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약한 자에 대한 배려, 연대, 희생' 이런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앵커] "전태일 열사가 만약에 지금 와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 같으세요?"

[임상혁/녹색병원장] "글쎄요. 뭐 잘 한다고 얘기 했을까요?"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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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기자 (forpeople@imbc.com)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58556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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