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안고 뒤섞여 '찰칵찰칵'.. 이태원 '핼러윈 노마스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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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만난 이모(21·여)씨는 곳곳의 방역 구멍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이태원 주민 이모(65·여)씨는 "지난번 클럽 발 감염 때도 외부인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지 않았느냐"며 "우리 같은 주민들이나 상인들은 방역수칙 다 지키는 데 주변에서 다 오염시키니 서러워서 살겠냐"고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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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만난 이모(21·여)씨는 곳곳의 방역 구멍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이씨는 “방역수칙을 잘 지킬 것으로 기대했는데 외국인들은 마스크 벗고 다니고, QR코드 인증도 허술하고, 이러다 코로나19나 걸리겠다 싶어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씨 일행 김모(27)씨도 “(학생으로서) 마지막 핼러윈이 될 것 같아 왔는데 막상 와보니 마스크 안 쓴 사람이 태반”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은 ‘방역 무법지대’였다. 귀에 마스크를 대롱대롱 매달거나, 아예 마스크 착용조차 않은 이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해밀턴호텔 뒤쪽 거리는 빽빽한 사람에 떠밀려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수백명이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딴 세상 얘기였다.
처음 마주친 사람과도 눈만 맞으면 사진을 찍었다. 껴안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2m는 고사하고 10cm의 거리두기도 안된 채로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이 온통 뒤섞여 자칫 감염이 발생해도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요 클럽들이 ‘자진 휴업’을 내걸었지만 대다수의 펍은 클럽처럼 운영됐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한 펍 앞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흥겨운 표정으로 몸을 흔들었다. 부비부비 댄스를 추거나 침을 튀기며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독일인 케빈(25)씨는 “핼러윈데이에 술을 마시고 즐겨야지 코로나는 무슨 코로나냐”며 “클럽에 가고 싶은데 클럽들이 문을 닫아 아쉬울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길바닥 곳곳은 침이 묻은 마스크와 담배꽁초가 뒤덮었다. 술집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은 채 담배를 피운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물었던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들어갔다.
방역 당국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이태원 방역을 엄격히 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다. 외국인들이 노마스크로 편의점 앞에서 술판을 벌여도, 길거리에 팔레트를 깔아놓고 페이스페인팅을 해도 제지는 없었다. 박모(38)씨는 “저녁부터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는데, 단속 다니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못봤다”고 전했다.
핼러윈데이 전날인 지난 30일 부산 또한 ‘불야성’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한몸처럼 움직이는 인파와 다양한 코스프레 복장을 한 청춘들이 뒤엉켜 서면 밤거리를 가득 메웠다. 한 감성포차 안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무대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해당 업소는 4㎡당 손님 1명으로 입장 인원이 제한된 곳이지만 기준보다 더 많은 인원을 입장 시켰고, 2m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핼러윈데이 이후 ‘제2의 이태원 사태’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태원 주민 이모(65·여)씨는 “지난번 클럽 발 감염 때도 외부인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지 않았느냐”며 “우리 같은 주민들이나 상인들은 방역수칙 다 지키는 데 주변에서 다 오염시키니 서러워서 살겠냐”고 억울해했다.
강보현 기자, 부산=윤일선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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