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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금통합, 욕먹더라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정책 데스노트' 쓸것

이희수 입력 2020. 11. 01. 17:24 수정 2020. 11. 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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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 인터뷰
'어가욕죽' 가제로 한때 금기관련 책 준비
'어차피 가는 인생 욕이라도 먹고 죽자' 뜻
공공 임금개혁·행정구역 개편도 필요
민주당보다 정책 좋다는 소리 들을 것

◆ SPECIAL REPORT : 진보정당의 변신 ◆

정치인은 질문을 받는 정치인과 질문을 하는 정치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수세이고 후자는 주도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50)는 질문하는 정치인이다. 요즘 거대 양당 지도부는 김 대표 주장·제안에 답하는 사례가 많다. '금기를 깨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다.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취임했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당 주류인 노동운동 출신은 아니고 현역 의원도 아니다. 경제학도였고 벤처기업에 다녔다. 20대 시절부터 진보 정당에 몸담아 커 왔다. 각종 선거에 7번이나 떨어졌다. 누구보다 진보 정당 방향을 고민해 왔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넉넉한 웃음과 차 한잔이 곁들여진 자리였다. 신상에서부터 정책을 거쳐 양당 평가까지, 한 시간 반이나 흘렀다.

―이전 당대표와는 사뭇 다른 이력이다.

▷예전에는 노동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리더가 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노동당에서 성장해 리더가 된 것처럼 정의당도 당이 키운 이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그런 과정에 있다. 당에서 성장해 대표가 된 것은 내가 유일하긴 하다.

―'아미'(방탄소년단·BTS 팬)이고 BTS를 연구했다고.

▷아미 맞는다. BTS는 세 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순차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좌절에 굴복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 '너 자신을 사랑해라'로 요약된다. BTS는 당위적으로 말한 게 아니라 자신들 스토리로 말한다. 정의당도 정책을 낼 때 스토리를 찾아 전해야 한다. 무엇이 바뀌는지 스토리로 설명하는 거다.

―진보에서 금기로 여겨온 주장을 하고 있다.

▷금기에 도전하는 대표가 될 거다. 1년 전부터 금기와 관련한 책을 쓰려고 했다. 가제는 '어가욕죽'이다. '어차피 가는 인생 욕이라도 먹고 죽자'라는 뜻이다. 진보가 깨야 할 금기를 던지고 싶었다. 서민도 증세에 동참하자, 공무원·사학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해야 한다 등 이런 얘기를 아무도 안 한다. 오래 생각해온 걸 말하고 있는 거다.

―또 다른 금기 깨기는 무엇이 있나.

▷공공 부문을 늘려야 한다. 다만 공공 부문 평균 임금은 민간 부문보다 훨씬 높다. 이 상태로 확대하면 엄청난 재정이 소요돼 불가능하다. 임금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또 지방행정구역 개편이다. 권역별로 합치는 거다. 지방이 이미 붕괴되고 있는데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당내 반발은 없나.

▷조금 공감대를 만들면서 가자고 하더라. 좀 빠르다고. 진보 진영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는 건 다 안다. 누군가는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 정의당이 정부·여당보다 과감함이 부족해선 안 된다.

―'민주당 2중대'란 비판을 받았다.

▷차별화를 못한 거다. 정의당만의 의제를 만들지 못했거나, 민주당이 후퇴하는 면이 있는데 싸우지 못했거나. 또 이른바 '조국 정국' 때 강화된 측면이 있다. 선거법·공수처법에 역량을 쏟고 있던 때라 연대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조금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 더 이상 누구의 2중대라는 욕을 먹어선 안 된다. 앞으로는 정의당 색깔을 화끈하게 보여주겠다.

―'논평 정당'이란 평가가 있다. 정의당 '데스노트' 역시 결국 논평 아닌가.

▷맞는다. 우리 역할이라 생각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인물 데스노트'가 아닌 '정책 데스노트'를 적어야 한다. 그러면 그 정책을 안 쓸 테니까. 나아가 우리 정책이 민주당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을 국민에게 인정받겠다. '평가하는' 정당을 넘어 '평가받는' 정당이 되는 거다. 국민이 정의당 의제를 중요한 것으로 평가하게 해야 한다.

―'진보적 대중정당'이 목표다.

▷민주당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우리가 얘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선명한 대안이 더 대중성이 있다. 사회가 왼쪽으로 다가와 우리가 중원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의당원들은 국민 인식과 다르지 않다.

―지지율이 과제 아닌가. 지금 5% 전후다.

▷한때 9%를 유지한 적도 있다. 정의당이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목소리를 냈을 때였다.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면 반등할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평가하면.

▷10년 야당생활 동안 진보를 흡수했다가 막상 집권하니 흐지부지다. 국민 삶은 그대로인데 재집권만 노리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국민의힘이 특검을 요구하는 것 말고 내세우는 정책이 뭐가 있나. 그나마 들을 만한 얘기를 하는 사람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뿐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만났을 때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상정·노회찬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엄청 부담이긴 하다. 역시 노회찬·심상정을 뛰어넘는 사람이 없구나라는 평가를 받는 건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꾸준히 많은 것을 바꿔 나가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때는 한쪽의 영웅, 다른 한쪽의 척결 대상이었는데 이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건 여당과 야당 모두 내 편이면 무조건 옳은 것이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민주당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인터뷰 당시엔 민주당이 당원들 의사를 묻겠다는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포기하라고) 더 이상 강요 안 한다"면서 "다만 성비위로 인해 치르는 선거에 당헌을 바꿔 후보를 내는 것에 큰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7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1999년 권영길 국민승리21 대표 비서 △2004년 민주노동당 대변인 △2010년 진보신당 대변인 △2012년 진보신당 부대표 △2016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2020년 정의당 대표

[정리 = 이희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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