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번진 전세난.. 매물 사라지고 가격은 '천정부지'

박세준 2020. 11. 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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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시행 3개월
주간 상승률 꾸준히 0.2%대 유지
전셋값 상승폭 5년반 만에 최대
부산 등 지방 전세시장도 대혼란
시세 웃도는 보증금 요구하거나
역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조건 압박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도 잇따라
전월세상한제 등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부동산시장에서 매물부족과 전셋값 상승 등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 노원구 소재 한 아파트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들의 모습. 뉴스1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지난 7월 말 시행 이후 3개월을 맞았지만, 전세시장은 최악의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이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전셋값 상승률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당장 공급을 확대할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매물 씨 마르고 가격은 ‘껑충’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약 20개월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올해 8월부터는 주간 상승률이 꾸준히 0.2%대를 유지할 정도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0주, 수도권은 64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지방도 역대 최대폭으로 전셋값이 뛰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난주 0.25% 뛰었는데, 감정원이 2012년 5월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전셋값의 지속적 상승 원인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진 게 자리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로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중에 전세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맞물려 새로 전세를 공급하려는 수요도 줄어들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월간 전세수급지수는 191.1로,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200으로 표현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고, 수치가 낮을수록 수요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곳곳에서 갈등 지속… 대책은 ‘요원’

계속되는 전세난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셋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임대차법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시세보다 월등하게 높은 전세 보증금을 요구한다거나, 붙박이 가구나 화장실 위생용품 사용료를 계약조항에 추가하는 식으로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반면 일부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의 이사비를 요구하는 등 역으로 집주인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집주인이 허위로 ‘본인이나 자녀가 실거주하겠다’며 퇴거를 요구하거나, 세입자는 중개업자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는 등의 각종 ‘꼼수’도 횡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시장 불안이 단시간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법이 쉽지 않다”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풀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을 위축시킬 추가 규제를 하지 않는 것 말고, 사실상 지금 전셋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수도권 고비용 주거 구조가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 서울 신규 입주 물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예정”이라며 “내년까지는 전세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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