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g 아들 살해했다는 76세 노모의 자백..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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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는 "희망도 없고, (아들) 하는 꼴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술을 마셔)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라며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와 이혼했고, 아들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채 온전히 술로 하루를 보내는 그였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아들을 살해했다는 A씨의 자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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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진짜로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인천지법 324호 법정. 판사 앞에서 살인을 자백하는 피고인은 백발이 성성한 76세 할머니였다.
피고인석 의자에서 일어난 A씨는 "최후 진술을 해보라"는 재판장의 말에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그는 "희망도 없고, (아들) 하는 꼴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술을 마셔)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라며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올해 4월 19일 밤이었다. 그날도 A씨의 아들 B(51)씨는 어김없이 술에 취해 있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와 이혼했고, 아들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주지 못한 채 온전히 술로 하루를 보내는 그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주를 찾기 시작해 잠들 때까지 5병을 넘게 마셨고, 술에 취하면 고통스러운 하루의 기억을 까맣게 잊었다.
그날도 B씨는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술을 더 내오라"라고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보다 못한 초등학교 2학년생 조카가 "할머니한테 왜 그러느냐"고 말렸지만 이미 술에 취한 외삼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인 B씨의 여동생도 "돈은 하나도 안 주면서 엄마한테 왜 그러느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끼어들었다.
B씨와 다툰 여동생은 짐을 싼 뒤 아이를 데리고 남편이 있는 경기 수원으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112신고가 접수된 건 다음 날 새벽 1시께였다. "아들의 목을 졸랐어요" 신고자는 A씨였다.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의 집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하게 정돈된 상태였다.
그는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소주병으로 아들 머리를 내리쳤고, 수건으로 목을 졸랐다"고 실토했지만, 집 안에서는 깨진 유리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구속돼 검찰로 송치됐고, 결국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아들을 살해했다는 A씨의 자백을 의심했다. A씨가 제삼자를 대신해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리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더라도 76세인 노모가 체중이 100㎏을 넘는 거구의 아들을 살해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의심했다.
가로 40㎝, 세로 70㎝ 크기의 수건은 노끈과 달리 두꺼운데 목에 감았을 때 살해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표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에서 "사무실에서 개인적으로 재연을 해봤다"며 "여성 실무관에게 수건으로 목을 조여보라고 했는데 피가 안 통하긴 했지만 아무리 해도 숨은 쉬어졌고 불편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고인은 '경찰관들이 유리 조각에 찔릴까 봐 치웠다'고 진술한다"는 검사의 설명에 "범행 후 경찰이 출동한 5분 사이에 피고인은 딸과도 1분 넘게 통화를 했는데 (청소할) 시간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B씨의 여동생은 법정에서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그날 엄마가 그렇게 했을 때 자신도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살기 싫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지법은 3일 오후 324호 법정에서 A씨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범행을 뒤집어씌웠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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