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에서 '중화민주연방공화국' 선포한 중국인 징역 13년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0. 11. 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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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河南)성 직속 기관에서 일하던 50대 장(張)모씨는 2018년 5월 휴가를 내고 외국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일반적인 휴가가 아니었다.

장씨는 현지 호텔방에서 ‘중국민주공화당’과 ‘중국민주연방공화국’ 강령을 만들었다. 또 이 자리에서 ‘중국민주공화당 주석’이자 ‘중국민주연방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에는 중국 군인과 공무원들에게 조국에 충성하라는 내용의 ‘대통령령 1호’와 중국 내 민주 인사에 대한 탄압에 가담한 사람을 조사하는 ‘특별군사법정’을 만드는 내용의 ‘대통령령 2호’ 문건도 만들었다. 호텔방 취임식은 장씨의 부탁을 받은 마사지업체 직원이 촬영했다.

중국 허난성 공무원인 장모씨가 2018년 5월 외국의 한 호텔에서 '중국민주연방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외국 망명을 노린 망상에 가까운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씨는 간첩죄, 국가전복 혐의 등을 적용받아 징역 13년형에 처해졌다./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 소셜미디어

중국 공산당에서 사법·경찰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는 1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장씨 사건을 소개했다.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 6주년을 맞아 대중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장씨의 행동은 외국 망명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장씨는 중국에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장씨는 업무에 불만이 커지고 빚까지 늘어나자 서구식 정치제도를 흠모했다고 한다. 그가 손으로 직접 쓰고 지장을 찍은 ‘중국민주공화당’ 강령에는 “중화민족을 자유 문명으로 이끌고 중국 대륙의 독재, 전제, 폭정의 정치 체제를 끝내기 위해 자유문명 국가를 세운다”고 했다.

하지만 호텔 방에서 혼자 취임식을 열고 기념 사진을 찍을 정도로 장씨의 계획을 돕는 사람은 없었다. 국가전복을 기도했다고 보기에는 구체적 계획도 없었다. 한마디로 ‘망상’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장씨는 이런 ‘증거’를 들고 현지에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낙담한 장씨에게 외국 정보기관원이 접근했다. 그는 중국에 돌아가 중국 내부 문건을 넘겨주면 건국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장모씨가 2018년 쓴 '중국민주공화당' 창당 선언문.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 소셜미디어

중국으로 돌아온 장씨는 허난성 정저우(鄭州)시에 사무실을 빌리고 ‘중국의 미래’라는 반정부 문건을 만들었다. 위장용 유령회사를 만들고 당원을 모집하려 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장씨는 작년 4월 검거됐고 올해 8월 정저우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간첩죄, 국가전복 기도 혐의 등으로 징역 13년형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공안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임무를 받아들이면 임무를 완수했는지와 무관하게 간첩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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