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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정부에 더는 안 속아'..유럽서 격화되는 '2차 봉쇄 반대' 시위

장은교 기자 입력 2020.11.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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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쇄 때 약속한 경제 지원 등 없어" 정부 실망에 거리로
각국서 폭력 충돌..매체들 "시민들 생존 위협 느껴 시위"

[경향신문]

스페인선 투석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2차 봉쇄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셀로나 |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피노 에스포지토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부의 2차 봉쇄조치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11월 한 달 동안 오후 6시 이후 상점들의 영업을 제한하는 새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그가 시위에 나간 이유는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첫 제한 조치가 시행될 때만 해도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감염병 확산부터 막자는 정부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원금은 나오지 않았고, 감염률은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힘든 11월을 보내야,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또 속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두고 정부를 향한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10월 말이나 11월부터 시행되는 2차 봉쇄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2021년 5월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스페인에선 시위가 마드리드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말라가, 비토리아, 발렌시아, 부르고스 등 전국적으로 번졌고, 일부 시위대가 불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탈리아에서도 시위대가 명품숍에 돌을 던지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충돌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지역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 이탈리아인의 75% 이상이 이번 겨울에 거리에서 더 많은 폭력과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정부의 무능력을 실감한 시민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언론인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가디언에 “첫 봉쇄조치 때는 비상사태라는 것에 동의하고 연합했지만, 모아놓은 돈은 다 떨어지고 정부의 시스템은 믿을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이 이제 속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전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사람들은 어차피 경제적으로 파산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 중앙정부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은 중앙정부가 봉쇄 범위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두고 지방정부와 줄곧 마찰을 빚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밀라노 등 9개 도시 시장은 중앙정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럽연합(EU)에 복구기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럽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정치학자 데이브 시나르데는 가디언에 “코로나19가 각 나라별, 지역별 양극화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타임스는 “유럽 지도자들의 대응이 각국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정부가 내놓는 조치를 효과는 없고 시민들만 괴롭게 하는 ‘처벌’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유럽에선 27만9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지난주 전 세계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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