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교수출신 와도 "실력없다"..국방대 수상한 퇴짜

박용한 입력 2020. 11. 3. 05:01 수정 2020. 11. 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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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학교 입학생은 대부분 군인이지만 군무원, 공무원, 민간인도 일부 입학한다. 수업은 충남 논산 캠퍼스에서 진행하며 국방대 민간인 교수는 국립대 교수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다. [국방대 홈페이지]


현역 군인이 다수인 국방대학교(국방대)에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민간인 교수 선발을 일부러 안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소식통은 2일 “최근 국방부 직할인 국방대가 군사전략학과 교수 모집에서 고의로 채용을 미루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2020년 상ㆍ하반기 연속해 교수 선발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교수 선발 공고에 모두 15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미국 대학교수 출신이거나, 국책연구소에 재직하는 중견 연구자가 다수였다.

문제는 국방대가 이들 모두를 ‘자질이 부족하다’며 ‘적격자 없음’으로 불합격 처리한 것이다. 군 일각에선 “군 경험이 부족해 선발하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원자 중엔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영관급 장교도 포함돼 있었다. 이 장교는 현재 국방대가 아닌 곳에서 근무 중이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민간 인력 활용과 문민화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방개혁 2.0' 을 보고했다. [연합뉴스]

국방대가 선발 공고를 내고도 채용을 미룬 사례는 군사전략학과만이 아니다. 국방관리학과(리더십 분야)는 2019년 하반기~2020년 하반기까지 3차례 공고를 내고도 적격자를 선발하지 못했다. 일부러 공석으로 놔두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방부 안팎에선 국방대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들이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적격자를 일부러 탈락시킨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내년부터 2023년까지 군 교육기관의 민간인 교수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국방대의 경우 61명의 교수 중 민간인과 군인 비율을 현행 4대 6 수준에서 7대 3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방대에서 민간인 교수 비율을 높이면 현재 국방대에서 근무 중인 현역 군인 교수 중 절반 정도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야전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교수를 선발하지 않고 자리를 비워두고, 현역 군인인 교수가 내년에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된 후 다시 지원해 교수 자리를 꿰차려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대 측은 “지방(논산)에 위치해 적합한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국방부에 해명했다. 그러나,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수를 장기간 선발하지 않으면서 학계에서도 뒷말이 많다”며 “고의로 선발을 피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외부의 역량 있는 인재가 지원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개혁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역 군인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방대에는 장기간 미선발에 따른 오해가 없도록 공정하게 선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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