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걱정했더니 양념채소 가격 세 자릿수 급등..김장 포기해야 하나"

이비슬 기자 2020. 11.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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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에 마늘·대파·건고추 가격 일제히 상승
마늘 생산량 조절 위해 '산지폐기'..김장철 가격 인상 부추겨
지난3월18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마늘밭에서 대정·안덕지역 농민들이 마늘밭을 갈아엎고 있다. 마늘값 폭락과 타 지방 생산량 증가 등으로 제주지역 마늘 농가들의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다.2020.3.1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올해 긴 장마 영향으로 김장에 쓰이는 양념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김장용 배추와 무의 경우 추가 물량 공급으로 가격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양념 채소의 경우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장을 아예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대상이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2%가 '김장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4.9%)보다 1.3%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여름 마늘 풍년에 밭 갈아엎었더니…"공급 부족"

지난 2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에서는 마늘 한 접(3㎏)이 평균 3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45% 비싼 수준이다.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은 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본격적인 김장철 앞두고 간만에 화색이 도는 모습이었다. 알타리무와 마늘을 쌓아 둔 시장 초입엔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와 차량이 한데 엉켜 북적였다. 그러나 예년보다 비싼 김장 재룟값에 상인들은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마늘을 전문으로 유통·판매하는 'ㅇ상회' 사장 A씨는 "김장 준비를 하려는 분들이 많아져 오가는 손님이 지난주보다 많아진 것 같다"며 "올해 여름 마늘밭을 갈아엎어 가격이 크게 오르다보니 선뜻 구매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늘의 경우 올해 여름 풍년이 들었다. 지난 4월 마늘 수확기에 공급 과잉에 따른 마늘 가격 폭락이 예상되자 정부와 자치단체가 마늘을 산지 폐기할 정도였다. 당시 농민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늘 공급량을 조절한 결과가 반년 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0년산 마늘 재배 면적은 2만5090ha로 평년대비 2% 늘었다. 농림축산부는 마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우려해 약 500ha 규모의 산지 폐기를 결정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마늘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일손이 부족했던 상황도 하반기 마늘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원인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마늘값이 당분간 내려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발표한 농업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김장 양념 채소(마늘·양파·대파·건고추) 가격이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포기에 1만원을 훌쩍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배춧값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최고 1만2000원을 찍었던 가격은 어느새 6000원대까지 내려왔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배추 한포기 소매가격 기준은 6521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6454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형마트를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0.10.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장마 피해에 양파 192%·대파 170% 가격 상승

올해 김장에 사용하는 양념채소 대부분이 긴 장마 영향을 받아 작황이 부진했다. 특히 파의 경우 전남 영광·신안·진도에 장기간 내린 비로 대파가 침수피해를 보아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따라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대파 중품(1㎏) 가격은 2632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69.4% 상승했다.

건고추와 양파도 장마 영향으로 생산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뛰었다. 건고추의 경우 30㎏ 중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101.8% 올라 77만1000원에 판매됐다. 양파 중품(20㎏)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92.2% 올라 2만2500원에 거래됐다. 양파의 경우 일주일 전보다도 7% 넘게 상승해 김장 시기가 가까워져 올수록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해지고 있다.

이날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선 마늘뿐만 아니라 고춧가루 1근(약 500g)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른 약 2만원에서 2만5000원 사이에 거래됐다. 생강은 세근에 1만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졌다.

양념 채소 가격은 부담이지만 배추와 무 가격은 다소 낮아졌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11~12월 김장철 배추 도매가격이 포기당 200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는 1개당 1100원대로 예상했다.

추석 직전 한 망(3개 기준)에 3만원까지 치솟았던 배추 가격이 11월 중순 김장용 배추 출하 시기를 기점으로 가격 안정화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업관측본부는 "올해 양념채소의 도매가격이 대체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망 결과는 기상과 수급 여건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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