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의 Deep Read >'정치 검찰'보다 더 나쁜 '秋의 검찰 정치화'.. 檢亂 불렀다

기자 2020. 11.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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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란, 왜 일어났나

秋법무, 위법적인 인사·지휘·감찰권 남발해 ‘검찰의 정치화’ 노려… 검찰개혁 요체인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검찰청법 8조 합헌적 해석은 ‘정치인 장관의 수사 개입으로 檢 좌지우지 말라’는 것… 권력 오·남용땐 법치주의 위협

검찰의 수난시대, 검란(檢亂)으로 치닫는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빈번해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둘 사이의 갈등은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윤 총장의 발언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추 장관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추 장관의 인사·수사지휘·감찰권 등 3권의 남용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의 글에 대해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하자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 검사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댓글을 단 검사들이 300명에 육박하면서 검란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권력의 인사권과 개혁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 여부가 크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편으로는 검찰총장이 장관급이라는 점이 거론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제상 법무부 산하에 검찰청이 있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외견상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이른바 ‘인사권을 통한 개혁’을 주장해온 조국 전 장관과 그 주장을 따르고 있는 추 장관의 행보가 과연 옳으냐에 있다.

과거 김영삼(YS) 대통령의 경우 개혁을 가장 중시했을 뿐만 아니라 “인사가 만사”라면서 인사를 통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YS 정부의 개혁에 발목을 잡았던 것은 그의 가신 그룹이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인정에 쏠려 가신 그룹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것이 YS 정부의 개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던 것이다. 이른바 코드 인사를 통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만 기용하고 반대 의견을 멀리할 경우 불통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여기서 확인된다. 인사권이 오·남용돼 국가 사무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법이다.

결국 인사권을 갖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에 비해 상급자이며 총장은 장관의 명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추 장관의 기본적인 생각인 반면, 윤 총장은 과거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에 비춰 볼 때, 그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추 장관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인사권을 통한 개혁이 옳고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상급자라면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도 임명권을 갖고 있으니 이들은 대통령의 부하인가.

◇검찰청법 제8조의 해석

여당에서 추 장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문구만 놓고 볼 때,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조항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 이하 모든 검사에 대한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지 않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인인 장관이 ‘준사법기관’인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되면 ‘정치 검사’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검찰의 정치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정치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추 장관의 지시에 따른 수사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지 않는 공정한 수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검찰청법 제8조는 정치인인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직접 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럴 때 비로소 이 조항의 의미가 ‘합헌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청법 제8조의 입법 취지는 검찰총장이 아무런 외부적 통제 없이 권한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는 의미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장관이 마음대로 검찰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조항의 취지는 ‘장관과 총장의 상호존중과 상호견제’로 이해돼야 한다.

◇검란의 근본 원인

민주화 이후 검란 사례로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기수 파괴’ 인사 방침에 따른 검사들의 반발, 2005년 피고인 신문 금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을 앞둔 집단행동,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중앙수사부 폐지 개혁안에 반대하는 평검사의 반발과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등이 있다.

이번 검란은 정치인인 추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직접 개입해 검찰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해석된다. 즉 외견상 추 장관의 거침없는 말과 글이 검사들을 자극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추 장관의 위법적이고 무분별한 인사·수사지휘·감찰권 남발이 검찰개혁의 요체인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을 해치고 결국 검찰의 정권 예속화를 꾀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과거엔 중앙 정보기관의 권한 오·남용이 심각했던 것처럼 검찰 또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정권의 편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검찰이 잘못한 점이 있다고 모든 검사를 죄인 또는 부역자로 취급해야 하나. 그렇다면 4·19 당시 시위대에 발포했던 경찰은 계속 역사의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데 왜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한다는 것인가. 5·18 당시 군인들이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았으니 군대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무력화해야 하지 않나.

국가기관의 개혁이란 그 기관을 벌주고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기능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국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를 없애거나 청와대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킬 것인가. 그렇게 되면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국정 전반이 더욱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기에 국회의 폐지나 청와대 귀속이 아닌 국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이 잘못한 것이 있다고 무력화하는 것은 답이 아니며 검찰을 정치에 종속시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대통령·장관의 말을 잘 듣는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일 수는 없다. 국민을 위한 검찰이란 정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전제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검찰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권력의 인사권과 개혁 : 권력의 인사권 오·남용은 국가 사무의 객관성과 공정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함. 만약 인사권을 통한 개혁이 옳은 것이고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상급자라는 논리가 맞는다면 대법원장·헌재소장도 대통령의 ‘부하’가 돼야 함.

검찰청법 제8조의 해석 : 검찰청법 8조의 합헌적 해석은 정치인인 장관이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것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되는 경우 ‘정치 검사’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검찰의 정치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

검란의 근본 원인 : 이번 검란은 장관이 인사·수사지휘·감찰권을 남발해 검찰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에 대해 검사들이 반발한 것. 3권의 무분별한 행사가 검찰개혁의 요체인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고 검찰의 정권 예속화를 꾀하게 할 것이라는 엄중 항의임.

■ 용어 설명

‘검란(檢亂)’은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지 않고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임. 검찰청법 제7조 1항은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음.

‘준사법기관’이란 사법기관에 준하는 기능과 위상을 갖는 기관.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지며, 행정부에 소속돼 있지만 특수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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