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세월호 특조위원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

고희진 기자 2020. 11.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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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박종운·권영빈 변호사에게 미지급된 보수 400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법원 판단에 항소했다. 두 사람 역시 정부의 항소에 따라 부대항소(상대방의 항소에 덧붙여서 항소하는 것)를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세월호 진상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부당한 법령해석으로 특조위를 폐쇄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위자료 소송을 냈다. 정부가 항소했으니, 1심에서 누락했던 피해사실까지 더해 2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체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에 제출한 항소장에는 항소 취지에 대해 “판결에서 적시한 위원회 구성일(2015년 8월4일) 이전에 받은 보수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공제가 필요하다. 당시 원고들은 2015년 1월1일부터 보수를 지급받았다”며 “또한 원고들이 보수지급을 청구하는 기간(2016년 10월1일~2017년 2월3일) 동안 다른 직장에서 종사하여 얻은 이익은 중간수입으로 공제가 필요하다. 원고들의 수입 여부에 대해 국세청에 사실조회 등을 통한 추가 입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이득 및 중간수입 공제액이 판결금액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세월호특조위 구성을 위한 특별법은 2015년 1월1일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날부터 1년9개월을 특조위 활동기간으로 주장하며, 특조위를 2016년 9월30일 해산했다. 박 변호사 등 일부 직원들은 특별법이 시행된 날부터 조사 업무를 시작했지만, 정부가 공무원 파견과 예산 지급 등을 미뤄 실질적인 운영은 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이 의결된 2015년 8월4일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특별법 제7조 1항의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을 활동 시작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특조위 구성원들은 이에 따라 활동 종료 기간은 2017년 5월 3일까지라고 봤다. 두 사람 외에도 특조위 조사관 43명, 33명이 각각 이 같은 취지로 국가에 ‘공무원 보수 지급 청구’ ‘면직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두 소송 모두 원고 승소했다. 조사관 43명의 소송은 정부가 항소하지 않아 원심이 확정됐다.

박 변호사는 조사관들의 소송이 미지급 임금 청구 등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이번 소송은 정부가 고의로 법령해석을 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데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1심 판결문은 당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법제처에 위원회 활동 기간을 문의하고 이에 대해 ‘활동 기간 기산점을 해수부가 원하는대로 2015년 1월1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비공식 통보를 받았음에도 해수부가 이 해석 요청의 심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어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박종운 변호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 변호사는 특조위 해산을 떠올리며 “민간기업으로 치면 강제 직장폐쇄를 당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박 변호사는 ‘대한변협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이력이 이어져 특조위 상임위원이자 안전사회소위원장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사고 발생일과 가까울수록 증거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특조위가 해산될 2016년 9월에는 조사가 한창 탄력을 받아갈 때였다. 그 때 방해 없이 정상적으로 했다면 몇 년간 지속되는 진상조사가 일찍 끝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특조위 이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생겼다. 사참위는 올해 12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사참위 연장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동의 수 10만을 넘겨 관련 상임위에 정식 회부됐다.

박 변호사는 “진상규명을 객관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의심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만든다”며 “조건이 보장된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하고 있는 기관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이 같은 소문이 돌 이유가 없다. 사참위가 1년 정도 더 연장해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상조사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일을 넘어 사회적 재난을 통해 잘못된 사회적 시스템과 제도를 찾아 정비하는 과정이다. 그는 “과적이 문제라면,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는 태도, 이에 비롯한 부적절한 안전 점검 제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참위 활동이 연장된다면,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특조위 때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전혀 자격 없는 사람에게 수사나 기소권을 주자는 게 아니다. 검사가 특조위에 파견 오면 되지 않나. 산림청 특별사법경찰처럼 특사경으로 수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청원 내용 중의 하나인 ‘공소시효 중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봤다. 그는 “법적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중지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사건의 구체성을 고려하면 공소시효 정지를 논의해 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회 청원에는 특조위 조사활동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간 ‘약 1년8개월’에 대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공소시효의 정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직권남용·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내년 4월 종료된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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