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에 치인 6살아들..엄마가 들은 '마지막 소리'
"끙끙 앓는 소리밖에 안 냈어요. 단어를 얘기하는 게 아니고 그냥 끙끙 앓는 소리만…"
지난 9월 6일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뒤 1시간 만에 죽은 6살 남아의 모친(40대)이 10월 31일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흐느껴 울었다.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얘기하다 말 문을 잇지 못했다.
아들은 "엄마 나 아파"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사고 당일 병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가는 동안 고통에 휩싸인 채 엄마 앞에서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 만 이어갔다.
엄마가 보여준 사진 속에서 생전의 아들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다. 한쪽 앞니는 빠진 채다. 젖니가 빠지는 이갈이를 할 어린 나이에 죽었다.
"눈에 초점은 없었어요. 눈도 못 감고 갔어요…"
아이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고 직후 1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됐던 시기 벌어진 참변이다.
당시 엄마는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안에 들어가 있었다. 두 아들(9·6세)이 먹고 싶어한 햄버거를 포장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해 아이들은 매장 실내 대신 보행로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런데 가게 밖으로부터 '쾅쾅'하는 굉음이 엄마의 귀를 때렸다. 가로등이 뽑히며 쓰러지면서 보행로 위에 있던 6살 둘째 아들을 덮쳤다. 낮술을 마신 50대 남성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다 가로등을 들이받은 결과다. 가해자는 아침부터 조기축구를 하고 술도 마셨다.
유족이 확보한 사고 직후 동영상에 따르면 보행로 바닥엔 핏물이 고여 있었다. 무너진 가로등이 앞에 있던 오토바이도 찍어 누른 채로 있었다.
거리 한 켠이 통째로 무너진 듯한 광경을 마주한 행인들은 "술 먹은 거 아냐?"라고 말했다. "만땅 됐구만"이라는 등의 말을 하며 술렁였다. "애가 죽었어" 라고 말한 행인도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엔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44% 로 나왔고 7km를 운전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면허 취소기준(0.08%)도 훌쩍 웃돌 만큼 만취했다. 가해자는 2005년 음주운전에 따른 약식명령으로 25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적도 있다.
가해자는 이번 음주운전 사고로 구속된 상태에서 오는 5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당초 10월 열릴 예정이던 이번 사건의 첫 재판 일정이 한달 가량 연기됐다. 재판이 연기된 이후 가해자는 계속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유족은 반성문을 통한 형량 감경을 재판부가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합의할 의사도 없다.
사건이 일어난지 50일 넘는 기간 음주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참변은 계속되고 있다. 남아가 사망한 지 사흘 뒤인 9월 9일 인천 을왕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며 음식 배달을 하던 50대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운전자였던 33살 여성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194%였다.
사망 아동의 엄마와 전화 인터뷰를 하기 사흘 전인 10월28일 새벽 1시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편도 5차로 도로에서 음주 취소수준으로 술을 마신 20대가 몰던 인피니티 승용차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문배달부인 7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이 사고로 숨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출자제 분위기에도 음주운전에 따른 대형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2일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운전면허 취소자(13만654명)의 45.2%인 5만9102명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면허 취소자 중 음주운전에 따른 취소자 비중은 2016∼2018년 54.6∼58.1%에서 지난해 36.6%로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갔다.
‘윤창호법’이 2018년 12월 시행되며 한동안 높아졌던 경각심이 다시 풀어진 것이다. 의외로 강도 높은 처벌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 12월 윤창호법 시행 후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징역 1년 이상이 선고 가능했던 것에서 대폭 강화됐다. 또 현행 대법원 양형 기준상으론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기본 2~5년, 위법성이 중하면 4~8년까지 선고가 권고됐다. 또 비난 가능성이 큰 사안은 최고 12년형까지도 가능하다.
사망 아동의 엄마는 "70대 신문배달하시던 분도 사망하셨다"며 "강한 법(윤창호법)이 있으니 '합의도 안되는구나 음주운전을 하면 정말 안되는구나' 하는걸 모든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해 (국민)청원도 했다"고 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술의 중독성으로 인해 음주운전은 다른 교통사고 유발 요인과 달리 단기적 처벌로 해결이 어렵다"며 "상습 음주운전자 대상 심리치료 및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음주운전 사고를) 법적으로 풀어나갈 때 '실수로 사고가 났다'는 시각에서 과실 범죄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고의범죄로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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