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이명박 무혐의" 띄웠던 언론의 '후안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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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명박씨의 대통령 당선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대다수 언론이 이명박씨의 '흠'을 덮고 줄 서는데 급급했다.
그리고 이명박씨는 언론의 '화끈한' 지원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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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스 실소유주 의혹, 검증보다는 받아쓰기 급급했던 언론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07년. 이명박씨의 대통령 당선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검찰은 '이명박vs박근혜'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열했던 그해 8월,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을 13일 남긴 그해 12월5일 최종수사결과에서 도곡동 땅은 물론,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게 기회가 날아갔다.
언론이 집요하게 수사결과를 검증하고 검찰을 의심했다면 실낱같은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 특히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명박 무혐의”를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하며 의혹 제기를 차단했다. 조선일보는 2007년 12월6일자 사설에서 “다스의 돈이 이 후보에게 건너간 흔적이 없었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원도 모두 다스의 정상적인 회사 자금”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김경준씨의 거짓말과 사기행각이었다. 여기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언론이 춤을 췄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검찰 발표내용은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다. BBK·다스 직원들이 진술했고, 과학적인 문서 감정기법이 동원됐으며, 면밀한 계좌추적이 있었다”며 “모든 후보, 모든 세력은 이 발표에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BBK 의혹이라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폭발력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썼다. 조중동만의 논조는 아니었다. 대다수 언론이 이명박씨의 '흠'을 덮고 줄 서는데 급급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이틀 전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정호영 특검팀은 2008년 2월21일 “(이명박과)관련된 의혹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 해 2월17일 이명박 '당선자'는 서울 삼청각 한식당에서 곰탕을 먹으며 특검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명박씨는 언론의 '화끈한' 지원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이명박정부 첫해였던 2008년 8·15 광복절 특사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의 이름이 올랐다. 2009년에는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이들 신문사에 종합편성채널이란 선물을 안겼다. 같은 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문법에 명시된 기사형 광고 과태료 2000만 원 조항마저 없애버리며 신문사들의 기사형 광고 시장을 '창조'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KBS, MBC, YTN 언론인들은 '화끈하게' 박살 냈다.
2020년 11월2일, 이명박씨는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이 확정되며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대법원은 이씨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횡령한 다스 자금이 252억3000만원이라며 “다스는 이명박의 것”으로 결론 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할 수 없었던 또 다른 권력, 검찰의 한계를 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동시에 검찰 발표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언론들로서는 또 한 번 '흑역사'를 남기게 됐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자 사설에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감옥행을 정해 놓고 혐의가 나올 때까지 털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권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전 정권 사람들 사냥이 3년 반을 넘어섰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재임 중 비리는 다스 관련을 제외하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관행처럼 자행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썼다. 범죄자 이씨를 '정권의 희생양'처럼 묘사하는 대목이다. 반성은 기대도 안 한다. 이러한 언론에 '후안무치'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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