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학대 어린이집, 정직 6개월 논란.."중범죄 아니라서"

박민기 2020. 11.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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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혐의 교사·방관 혐의 원장에 각 6개월
뇌병변장애 2급 아동 130여대 때린 혐의
사천시청 "살인·유괴 등 중대 범죄 아니다"
피해아동 모친 "해당 어린이집, 학대 온상"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 해당 영상에는 한 보육교사가 밥 먹기를 거부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2020.10.28. (사진 = CCTV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경남 사천시가 말도 하지 못하는 장애아동을 학대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 등에게 자격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학대 피해아동 모친이 이유 등을 문의했는데, 시청 관계자는 "살인이나 유괴 등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사천시청은 최근 경남 사천에 위치한 어린이집의 원장 및 보육교사 등에게 각각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뇌병변장애 2급을 앓아 말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A(5)군을 약 한 달에 걸쳐 130여대를 때린 혐의를, 원장은 이를 알면서도 방관한 혐의를 받는다.

이 보육교사는 지난 8월10일부터 9월15일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A군의 머리를 주먹과 컵으로 때리는 등 상습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모친 B씨는 이같은 징계 처분에 대한 근거를 묻기 위해 사천시청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했는데, 이 관계자는 B씨에게 "살인이나 유괴 등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가 B씨와 시청 관계자의 통화녹취를 확인한 결과, B씨가 "자격취소가 아니라 정직 6개월에 그친 기준이 뭐냐"고 묻자 해당 관계자는 "법률 조항에 나와 있다. 살인이나 유괴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B씨가 "그럼 이번 학대 사건은 중대하지 않은 범죄로 보는 것이냐"고 묻자, 관계자는 "그건 제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지만 (살인·유괴 등)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징계 결정 배경에 대해 또 다른 사천시청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영유아보육법 제39조 제2항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에 대한 행정처분의 세부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다니는 A(5)군의 머리에 난 상처. A군의 모친 B씨는 지난 9월15일 이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 2020.10.28. (사진 = B씨 제공)

관련 세부기준을 살펴본 결과 ▲영·유아에게 중대한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이같은 행위가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인 경우 자격정지 기간은 2년으로 늘어난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에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사천시청은 이번 아동학대 사건이 살인·유괴 등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기준 대신 다른 기준인 ▲비위생적인 급식을 제공하거나 영·유아 안전 보호를 태만히 해 영유아에게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를 적용했다. 해당 기준에 대한 징계 조치는 자격정지 6개월 뿐이다.

이처럼 사천시청의 징계 처분이 정직 6개월에 그치면서 A군의 모친 B씨는 "시청의 처분은 솜방망이식 꼬리자르기"라고 호소했다.

B씨는 "신문에 나오는 아동학대 기사들을 수도 없이 찾아봤는데, 이번 경우처럼 아이가 지속적으로 무차별 상시 폭행을 당한 경우는 못 본 것 같다"며 "특히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더욱 보호받아야 할 아픈 아이를 일반 아이들보다 더 무자비하게 폭행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시청의 처분은 솜방망이식 꼬리 자르기"라며 "민간 어린이집이었다면 휴원·폐원을 하고도 남을 사건인데, 사천시 관할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만 이번 사건을 교사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덮어버리려고 한다"며 "이것을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해당 어린이집은 폭력과 방임·학대의 온상지다. 그곳에 다니는 장애 아동들은 모두 잠재적인 아동학대의 피해자"라며 "단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발각되느냐가 관건인 시한폭탄이고 사천시는 이를 계속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천시청의 정직 6개월 처분 이후,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죄송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원장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관리 운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11월1일부터 자격정지 6개월을 통보받아 더 이상 근무를 할 수 없게 됐다"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장 및 담당 보육교사의 자격정지 기간은 내년 4월30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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