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고 가림막 설치하는 미국, 선거가 이렇게 공포스러울 일인가 [2020 미국의 선택]
[경향신문]
미국 뉴욕 소호거리에 망치와 전동톱 소리가 울려퍼졌다. 타임스퀘어 디즈니 매장 밖엔 아이들 대신 상점 입구를 합판으로 막는 사람들로 붐볐다. 브로드웨이 주요 상점 출입구 역시 합판으로 막혔고, 대신 “우리 영업중 맞아요!”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의 모습이다. 뉴욕뿐 아니라 미 주요 도시의 많은 상점들이 대선 후 벌어질 수 있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경비 강화에 나섰다.
3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폭력사태 발생을 우려하며 긴장감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축제의 날이 되어야 할 선거일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선거 결과에 따라 양측 지지자들이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우편투표 참여율이 모두 높고 특히 우편투표의 경우 각 주마다 개표일이 달라 최종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거나,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USA 투데이는 지난 주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4명 중 3명이 선거 후 폭력사태가 우려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선거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들이 곳곳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빚어졌다. 지난 달 30일 텍사스에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이든의 선거유세차량을 포위하는 일이 벌어져 FBI까지 수사에 나섰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뉴욕과 뉴저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트럼프 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일 버니지아 리치먼드에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안티 트럼프’ 시위대를 총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워싱턴, 매사추세츠, 오리건 등 많은 주에선 선거 후 상황에 대비해 주방위군을 대기시키기로 했다. 뉴저지와 위스콘신에선 시민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군인들이 군복대신 평상복을 입고 대기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호주 외무부는 자국민에 “대선 전후 미국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시 거리의 상점들이다. 비버리힐스는 대선 당일과 다음날 로데오 드라이브 거리를 폐쇄하기로 했다. 유명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와 패션유통업체 노드스트롬, 대형마트 타겟 등, 약국 체인 CVS 등도 일부는 매장을 닫거나 창문에 보안장치를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의 백악관 주변 상점들은 거의 전 매장이 합판으로 덮여있다. 월마트는 지난 주 매장에서 총과 탄약을 수거했다가, 일부 매장의 항의를 받고 지난 30일 다시 비치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결과도 단언하기 힘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들의 소요를 폭동으로 보고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타임스는 “법적으로 무엇을 폭동(반란)으로 볼 것인지 규정하는 것이 모호하고, 대통령은 법적 제한을 피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이 시민들의 폭력시위를 폭동으로 정의하면 법원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6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때 폭동진압법을 발효해 군대를 동원, 거리로 나선 흑인인권시위대를 진압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공권력을 투입할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바이든 지지자들을 위협한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지난 1일 트위터에 “애국자”라고 표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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