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3중 펜스 방어막… 캔자스·버지니아선 총격전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0. 11.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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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의 선택] 역사상 가장 살벌한 대선… 트럼프·바이든 “내가 승리” 막판 유세
플로리다 하이얼리아의 존 F. 케네디 도서관 앞에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미국 대선일인 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웨스트엔드의 한 학교에 오전 7시부터 문을 연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한 남성은 “사전투표보다는 당일 현장 투표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출근 전에 들렀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이라고 했다. 제이크라고 이름을 밝힌 또 다른 남성은 “최근 이곳으로 이사 와 사전투표를 못 해 지금 나왔다"며 “이번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에서는 새벽 6시부터 투표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선 광경이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대선 전날인 2일 늦은 밤까지 경합주에서 유세했다. 마지막 유세에서 두 후보는 모두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트럼프는 2일 아침부터 자정까지 여러 주(州)를 이동하며 강행군했다. 아침 9시 30분 플로리다주를 출발한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를 옮겨 다녔다. 다섯 번째 마지막 유세장인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연단에 오른 것은 밤 11시 56분이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도 이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그는 “우리가 (대선과 상·하원 등) 모든 것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정이 넘도록 자리를 지킨 수천명을 보며 “(당신들은) 미시간주에서 패배할 사람이나 (대선) 2등 할 사람의 청중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에 대해선 “가짜 여론조사”라고 했다.

백악관 주변 2.5m 펜스 -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헬기 한 대가 백악관(가운데) 위로 날아가고 있다. 백악관 주변을 따라 세워진 2.5m 높이의 검은 철제 펜스 곳곳에“저항하라(RESIST)”“트럼프를 제거하라(REMOVE TRUMP)”등이 적힌 게시물이 붙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은 이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바이든은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짐을 싸서 집에 갈 때가 됐다”며 “우리는 혼돈, 트윗들, 분노, 증오, 실패, 무책임에 질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날에도 방문했던 펜실베이니아주를 다시 찾았다. 그는 밤 9시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며 “크게 승리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낙관’으로 끝난 양측 유세와 달리, 미국 전역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트럼프의 마지막 유세 직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선 트럼프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트럼프는 패배자” 같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유대인 묘지에 누군가 침입해 붉은 페인트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같은 트럼프 지지 구호를 묘비에 써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시간주는 지난달 초 무장한 극단주의자들이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고 주 정부를 전복하려다가 적발된 적이 있어 대선 후의 폭동 가능성에 어느 곳보다 민감하다.

캔자스주 노스토피카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의 집 앞 잔디밭에 있던 트럼프 지지 팻말을 3명의 남성이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게 총을 발사해 3명이 입원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1일 오후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충돌해 총격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량 여러 대에 트럼프 지지 깃발을 달고 함께 달리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인’을 만들어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대가 머물고 있던 곳에 진입한 것이 문제였다. 양측의 대치 도중 폭음이 들렸고, BLM 시위대 측은 “총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노샘프턴에서도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과 BLM 시위대가 충돌해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이 개입해야 했다.

백악관 주변을 따라서는 이날 약 2.5m 높이 검은 철제 펜스가 세워졌다. 기존에도 보안을 위한 콘크리트 바리케이드 등이 있었기 때문에 2~3중 담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워싱턴 DC에서는 ‘BLM’ ‘셧다운 DC’ 등의 시민단체가 대선 당일 오후부터 반(反)트럼프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경찰 당국은 “누가 당선돼도 소요 사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 DC 등 일부 주에서는 소요 사태에 대비해 이미 주방위군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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