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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병원이 환자를 못 받나" 그 밤, 119대원의 탄식

최하얀 입력 2020. 11. 04. 05:06 수정 2020. 11. 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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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당시 '부산 응급환자 사망' 재구성]
"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
"다른 병원도 다 안 받는다 할 것"
집단휴진 탓 "당직의 없어 어렵다"
지역 대학병원 등 14곳 모두 거절
3시간여 만에 겨우 옮겼지만 결국..
의료진 부재, 진료거부 해당 안돼
중증 응급환자들 최우선 수용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충 시급
전국 대형병원에서 수련 받는 전공의들은 지난 8월21일부터 약 20일간 집단휴진을 벌였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8월26일 밤 11시23분. 부산에 사는 47살 ㄱ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음주운전이 적발돼 경찰과 임의동행하던 중 ‘잠시 볼일이 있다’며 집에 들른 ㄱ씨는 덜컥 살충제를 마시고 말았다. 경찰이 ㄱ씨를 가까운 종합병원에 데려갔지만 ‘약물중독은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119에 신고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ㄱ씨를 구급차에 실은 119구급대원과 소방청의 절박한 ‘병원 찾기’가 시작됐다.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며, 심폐소생술을 하며,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마스크)을 짜며, 부산·경남 지역 대학병원 6곳을 포함해 의료기관 14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당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휴진이 6일째 계속되던 때다. 결국 ㄱ씨는 이튿날 새벽 2시19분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오후 5시47분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3일 <한겨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과 부산시, 경기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긴박했던 그날 밤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북부소방서 감염전담구급대가 부산 ○○병원 앞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33분. 이 병원은 혈액 투석 등이 필요한 약물중독을 치료하기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부산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함께 지역 대형병원들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에프유’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거나 “당직 의사가 1명뿐이라 어렵다”는 것이었다. 에프유(F/U)란 재진 외래환자를 뜻한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으로, 전국의 대형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신규 환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버티던 때다.

밤 11시50분. “다 안 된다고 한다”는 구급대원의 절망 섞인 목소리에 119상황센터는 “어떤 이유로 다들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대 병원은 파업 중이죠?”(구급대원) “다 파업이죠.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119상황센터)

이튿날 0시25분. 환자는 의식이 ‘세미코마’(반혼수) 상태로 빠지고, 맥박과 호흡이 흐려졌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특별구급대가 추가로 출동했다. 대원들은 심정지를 일으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선생님, 진짜 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요”(119상황센터)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한 대학병원은 “(환자를) 권역응급센터로 밀고 들어가는 게 낫다. 이렇게 전화해봤자 다른 병원들도 다 안 받는다고 할 것 같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해 중증 응급환자를 받도록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응급의료센터인 동아대병원도 ㄱ씨를 받아주진 않았다. 부산시가 8월28일 작성한 ‘업무보고’ 문서를 보면, 당시 동아대병원 응급실엔 전문의 2명만이 일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파업으로 인력 부족 상태였고, 중환자 병상도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진료 거부를 한 것은 아니라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0시38분. 구급대원들의 노력으로 ㄱ씨는 호흡과 맥박을 회복했다. 여전히 받겠다는 병원은 없었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 수소문한 끝에 새벽 1시께 울산대병원이 수용 가능 의사를 밝혔다. 새벽 2시19분. ㄱ씨가 울산대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긴박했던 통화는 종료됐다. 신고 접수 3시간여 만이었다.

<8월26∼27일 부산 약물중독 환자 ㄱ씨 이송 지연 사건 재구성>

자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방청 ‘119 신고 녹취록’ 일부

―8월26일 밤 11시33분

119 구급대원 도착, 상황센터와 함께 병원 수소문 시작.

―밤 11시50분

구급대원 : 다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119상황센터 : 어떻게 다 안 된다고 하세요? ○○○(부산 지역 대학병원)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구급대원 : 신규환자 안 받는다고 입원도 안 된다고.

―밤 11시59분

119상황센터 : 선생님, 안녕하세요. 119상황센터이구요. 약물중독 환자 문의 좀 드릴려구요.

○○○병원(부산 지역 대학병원) : 우리가 볼 상황이 안 됩니다. 봐드리고 싶어도…. 우리도 당직이 한명씩 돌아가는데. 봐드리고 싶어도 볼 수가 없어요.

―8월27일 새벽 0시29분

구급대원 :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요. 아까는 말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세미코마'(반혼수)인데…. 두 번씩 (연락)해도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다는데….

119상황센터 : 반장님. 제가 타 지역도 알아볼게요.

구급대원 : ○○○(부산 지역 대학병원) 밀어 넣어도 안 되겠죠?

119상황센터 : ○○○(부산 지역 대학병원) 인력이 없어서 안 된다는데….

구급대원 : 인력은 다 없는데….

―새벽 0시36분

119상황센터 : 선생님, 진짜 안 되는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

○○○병원(부산 지역 상급종합병원) : 지금 저 혼자 안 좋은 호흡곤란 환자 보고 있는데…. 저 혼자 밖에 없어요.

―새벽 0시41분

119상황센터 : 심정지가 났다고 들었는데.

구급대원 : ROSC(자발순환 회복)가 됐는데…. 어느 병원 갈까요?

119상황센터 : 안 그래도 대학병원 전화해서 부탁드려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기관 내 삽관하셨죠?

구급대원 : 예. 엠부백 짜고 있어요.

―새벽 1시20분

울산대병원으로 출발.

―새벽 2시19분

울산대병원 도착

―오후 5시45분

중환자실에서 사망

정춘숙 의원은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상황의 배경에 집단휴진 사태가 있었다며, 복지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환자를 외면한 14곳 가운데 6개 병원은 8월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약물중독 치료 급여 청구를 한 사실이 있다. 집단휴진 사태 직전까지도 약물중독 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인 만큼, 중증 응급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종합병원 응급실이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가려 받는 경향이 생기면서,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119 이송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수용하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173개 시민사회단체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의료 예산을 확대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삐뽀삐뽀 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에 공공의료 확충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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