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검찰개혁" 윤석열 또 작심발언..프랑스 혁명도 언급

김태은 기자 2020. 11.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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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대전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대전 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10.29/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살아있는 권력' 비리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 진짜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했다. 행간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권력자의 비리를 덮기 위한 '가짜 검찰개혁'이란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윤 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공화국' 개념을 끌어들였다. '검찰개혁' 역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보호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하고 결국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 권력에 대한 형평성이나 공정성 차원을 넘어서 국민에 대한 의무란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윤석열, '공화국 검찰' 언급한 이유
윤 총장은 3일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강연에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임 부장검사들이 이런 검찰을 만드는 데 힘써 달라. 저도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여기까지는 평소 윤 총장이 강조해왔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윤 총장은 한 가지를 더 꺼냈다. 바로 '공화국'이란 개념이다. 그는 "검찰제도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고 운을 떼고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인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검찰'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그것을 통해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국민의 검찰이 권력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내세우며 권력 비리를 막는 여권과 법무부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읽힌다.

앞서 지난 8월 초 신임 검사 신고식에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언급했던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면서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겉으로는 '검찰 개혁'을 내세우지만 검찰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검찰 장악을 통해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으려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내가 보는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비리 수사를 잘 할 수 있게 하는거다, 추 장관과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은 무엇이냐, 권력비리 수사 못하게 막는게 어떻게 검찰개혁이냐' 이렇게 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3/뉴스1

추미애, 윤석열 비난하며 검사들에게 "개혁 동참해달라"
윤 총장 강연 직전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또한번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이른바 '커밍아웃' 사태로 번진 평검사들의 반발에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이 직접수사 위주의 수사기관이 아니라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 모든 검사들이 법률가로서 긍지를 가지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들도 개혁의 길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앞서 검찰개혁 방향성을 비판하는 평검사의 과거 행적을 공개 저격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가 검찰 내부망에 이를 비판하는 검사들의 댓글들이 300개 이상 이어져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우려됐다. 그러자 지난달 30일에는 "실명 지지 댓글을 단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4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를 한 상태다.

추 장관의 이날 입장문에 대해 검찰 일각에선 "검찰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예의 검찰개혁을 방패막이 삼으면서 윤 총장에게 화살을 돌린다"는 또다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진천=뉴스1) 김정수 기자 =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입구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신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과 만찬을 위해 법무연수원을 찾을 예정이다. 2020.11.3/뉴스1
'우리의 영웅' '망나니 추미애' 화환
윤 총장이 방문한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 정문에는 윤 총장 지지모임이 보낸 화환들이 설치됐다. 화환에는 '윤석열 총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망나니 추미애', '한동훈 검사님 힘내십시오'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과 취재진들이 윤 총장의 방문을 지켜보기 위해 연수원 인근을 찾았으나 연수원 측의 통제로 접근이 엄격히 제한됐다.

윤 총장은 강연에 앞서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등 간부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지난달 14일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에서 전보 조처된 한동훈 검사장도 윤 총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강연 후 법무연수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이날 윤 총장과 함께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강연에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차장검사는 현재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 요양병원 투자 사건 수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는 해당 사건을 비롯해 윤 총장 관련 사건에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속도를 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 차장검사 산하 형사1부에서는 한 검사장이 피의자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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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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