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사건' 인정..20년 옥살이 윤성여 충분한 보상 받을까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 윤성여.."충분히 보상하라" 여론
전문가 "정해진 보상금 외 별다른 조처 없을 것"
[아시아경제 한승곤·김영은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56)가 2일 '8차 사건'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4건의 연쇄살인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증언하면서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받을 보상금 등 관련 조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약 20억의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이상의 보상금 등 폭넓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연쇄살인범' 이춘재는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경기도와 충북에서 여성 14명을 살해했다. 이 중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벌어진 8번째 살인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다.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씨는 1심에서 혐의 인정을 했지만 2심에서 "경찰이 때리고 가혹행위를 시켜 거짓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 윤 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결국,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씨는 지난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러다 경기 화성 일대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드러났다. 그 중 '8차 사건' 역시 이춘재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씨는 그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2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 11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8차 사건 재심 재판 법정에 출석한 이춘재는 해당 사건에 대해 자신이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윤 씨 변호인 측이 화성과 청주에서 발생한 14건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냐"고 질문하자 "내가 진범이 맞다"면서 "제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시간 수용 생활 고통을 겪은 윤 씨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날 재판 이후 "늦었지만, 이춘재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마음은 홀가분하고 재판도 잘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며 "결심과 선고 공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국 선고까지 가봐야 유·무죄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가 무죄로 최종 판정을 받게 되면 형사보상금 수령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형사보상금은 선고가 나온 그해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이루어진다. 19년 6개월간 복역을 한 윤 씨는 하루 8시간씩 올해 최저임금의 5배를 적용할 경우 대략 17억 6천만 원 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최소한의 보상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정신적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손해배상금과 형사보상금에 대한 이자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20억에서 최대 40억 원 사이에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윤성여 씨는 자신의 인생이 모두 사라진 것 아닌가"라면서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물론 노후 대비 등 관련 대책이 있는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윤 씨는 물론 그 가족 등 지인이 받았을 고통도 상상할 수 없다"면서 "보상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규정에 따라 정해진 보상금 이외에 별다른 조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윤 씨가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상 법률에 따라 20~40억 사이의 내에서 금전적 보상밖에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춘재가 재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의 범죄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과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는 있게 됐다"며 "그럼에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황이라 그 죄를 다시 소추해 처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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