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성비·QSR..'생계형 외식' 전성시대

노승욱 2020. 11. 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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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교에 신축 빌딩을 올린 A씨는 1층에 ‘노브랜드버거’를 입점시키기 위해 정신없이 뛰고 있다. “1층에 노브랜드버거만 들여올 수 있으면 건물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게 문제없다는 판단”이라 밝힌 A씨는 “요즘은 스타벅스보다도 햄버거집이 더 트렌디하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패스트푸드 업계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배달, 포장,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 영업과 초가성비로 MZ세대의 ‘패스트 캐주얼’ 소비 트렌드 공략에 성공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계도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코로나19 불황 속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패스트푸드 업계는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노브랜드버거 매장 전경. <신세계푸드 제공>

▶불황 속 ‘나 홀로 성장’ 패스트푸드

▷출점 잇따라…‘패스트 캐주얼’ 통했다

12.4%.

지난 10월 28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서 밝힌 올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면적 330㎡ 초과) 평균 공실률이다. 2009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가 속속 눈물의 폐업에 나선 탓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추가 출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다. 노브랜드버거는 올 초 13개이던 매장을 매월 4~5개씩 늘려 지난 9월에는 48개까지 증가했다. 맘스터치는 지난 9월 말 기준 점포가 지난해 말 대비 50개 순증했다.

써브웨이도 10월 기준 국내 매장이 423개(미군부대 매장 포함)로 꾸준히 증가한다. 지난 8~9월 매출은 1~2월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달 매출과 건수도 2배가량 늘었다.

맥도날드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9% 늘었다. ‘프리미엄 패스트푸드(파인 캐주얼)’를 표방하는 쉐이크쉑은 매출이 20% 이상 성장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배달, 포장,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 영업으로 거둔 데다, 간편하면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패스트 캐주얼’ 소비 트렌드와 부합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실제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전체 포장 주문(배민오더) 중 패스트푸드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4.4%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8월에는 13.2%로 3배나 늘었다.

유기농 수제버거 브랜드 ‘번패티번’도 확장 일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판교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번패티번은 최근 세종정부종합청사·서초역점을 열었고, 광명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유기농 밀과 저온 숙성 프리미엄 비프 패티만 사용해 웰빙 트렌드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키워드는 비대면·B급·초가성비

▷신세계푸드 케첩 통일 ‘전사적 쥐어짜기’

패스트푸드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업체들은 비대면 특화, B급 마케팅, 초가성비로 차별화에 나섰다.

노브랜드버거는 지난 9월 기준 포장 비중이 50%에 달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1월 32%였던 데 비해 18%포인트 증가했다. 또 지난 10월부터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7개 매장에서는 배달 비중이 평균 35%로 나타났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는 배달 비중이 40%, 매장 방문 고객이 많았던 쉐이크쉑도 최근 배달과 포장 매출 비중이 약 20%까지 늘었다.

한국맥도날드는 드라이브스루 플랫폼 ‘맥드라이브’ 이용이 지속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에만 이용 차량이 2000만대를 넘어섰고, ‘고객 편의 플랫폼(드라이브스루+배달)’ 매출 비중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상승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QSR(퀵서비스 레스토랑)은 배달, 포장, 드라이브스루 등 비대면 서비스가 용이하고 한 끼 식사로 이용하기 좋아 코로나19에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맛있는 버거’에 대한 고객 대상 리서치와 FGI(집단심층면접)를 진행해 수렴한 고객 의견을 토대로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베스트버거’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노브랜드버거는 맘스터치 전매특허였던 ‘초가성비’ 전략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신세계푸드가 식품유통과 제조사업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햄버거 단품은 1900~5300원, 세트(감자튀김, 음료 포함) 3900~6900원 수준으로 가격을 기존 브랜드 대비 대폭 낮췄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버거 재료 약 100가지를 개별 발주해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 각 사업부의 식재료 담당자들과 협업해 전사적 공동 발주에 나섰다. 가령 하인즈 케첩을 쓰던 자니로켓도 오뚜기 케찹으로 통일했다. 또 10여종의 버거 메뉴에 모두 같은 패티를 쓰는 대신, 패티 두께를 타 브랜드 대비 20% 키우고 소스나 추가 재료(토마토, 치즈, 채소 등)로 맛의 특색을 살렸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B급 마케팅을 통한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로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 간식 치킨을 모티브로 한 1인용 치킨 ‘1인 혼닭’, 계란 모양 치즈볼 ‘치즈인더에그’, 접어 먹는 햄버거 ‘폴더버거’, 버거에 밀키트 형태를 도입한 ‘밀리터리버거’ 등을 잇따라 선보여 히트를 쳤다. 폴더버거는 7월 출시 후 약 2주간 품절 사태를 거쳐 한 달 만에 170만개, 8월 말까지 누적 250만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햄버거의 주 고객층은 SNS 활동과 인증샷 문화를 즐기는 ‘MZ세대’다. 이들이 선호하는 시각적, 미각적 만족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맘스터치와 쉐이크쉑은 소비자 접근성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점포 확장 작업에 한창이다. 박찬솔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에는 국내 매장 수 1500개가 목표였다. 사모펀드 인수 후 스타벅스 출점 전문가를 영입, 목표치를 2000개로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SPC 관계자는 “쉐이크쉑은 배달과 포장 고객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11월 하순 14호점인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오픈이 계획돼 있는 등 지속 확장 중이다”라고 전했다.

써브웨이는 MZ세대가 선호하는 다양한 메뉴와 풍성한 채소, 고유의 개인 맞춤 메뉴 전략이 강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색적인 신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올 들어 한국식 K-바비큐 샌드위치, 대체육 샌드위치 ‘얼터밋 썹’, 민트초코쿠키·스모어스 쿠키, 플랫 피자 2종 등 풍성한 신메뉴를 선보였다.

▶전망은

▷샐러드, 편의점과 경쟁 ‘빅 블러’

패스트푸드 시장이 성장하며 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 현상도 감지된다. 특히 그간 이종 업태로 여겨졌던 편의점과의 경쟁이 새롭게 대두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한국미니스톱은 연내 패스트푸드 전문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햄버거, 치킨,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력으로 하는 외식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간 한국미니스톱의 특화된 즉석조리 식품을 이용해 테스트 매장을 운영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추가 확장에 나서려 한다”고 귀띔했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롯데리아, 버거킹 등) 다른 퀵서비스 레스토랑(패스트푸드)뿐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이나 밀키트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업계도 햄버거뿐 아니라 샌드위치, 샐러드 등 신메뉴로 제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지난 9월 노브랜드버거의 샌드위치, 샐러드 메뉴 판매량은 전월 대비 16% 늘었다. 외부 활동량이 줄어 다이어트를 하려는 MZ세대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시그니처 매장 ‘노브랜드버거 역삼역점’을 열고 샐러드와 샌드위치 메뉴 각 3종을 새로 선보이며 주변 오피스 상권 직장인 고객을 공략 중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의 선전이 불황기의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짚는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며 한 끼 식사를 간단히 때울 수 있는 ‘생계형 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식, 분식 등 저렴하고 배달·포장이 용이한 패스트푸드의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한 곳들이 선방하고 있다. 당분간 불황이 이어진다면 아주 새롭고 실험적인 메뉴보다는 기존 메뉴에서 가성비와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이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2호 (2020.11.04~1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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