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너무 띄웠나? 주호영도 견제구 "정치권 영입 반대"

윤정민 2020. 11.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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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 잇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를 추격하고 있다.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아직 한자리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총장 대망론’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도 종합예술이고 고도의 경륜이 필요한데 밖에서 국민 속 시원하게 해줬다고 정치권으로 데리고 와서 그분들이 그전에 쌓은 성과까지도 까먹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퇴임 후에는 본인이 선택할 자유는 있지만, 그런 선택이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며 찬성하지 않는다. 자기 영역을 끝까지 지키고 존경받는 그런 국가적 원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대망론에 불을 지핀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는 윤 총장의 발언을 끌어낸 것도 “정치를 할 생각이 있냐”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 당내에선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를 찾는 문제와 관련해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당내 인재는 무시하고 밖에서 후보를 찾아선 안된다"는 취지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다른 기류도 읽힌다. 주 원내대표뿐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총선 전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년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후보 그리고 차기 대선후보를 당 밖에서 찾으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그분들이 무슨 당에 대한 애정이 있나. 정당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온 인재들을 더 존중해야 한다”고 썼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겨냥했지만, 윤 총장이 야권 대선 주자로 언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당 밖의 야권 대선 주자들도 견제구를 날렸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각각 윤 총장에 대해 “여러모로 야권 대선 주자감은 아니라고 본다”, “반사이익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들에 대해 “윤 총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조사한 여야 차기 주자 14명에 대한 월간 선호도 조사에서 17.2%를 기록했다. 공동 1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4.3%포인트 차이로, 사실상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특히 윤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각 38.8%의 지지를 얻었다. 홍 의원과 안 대표,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모두 한 자릿수였다. 국민의당 지지층도 안 대표(16.1%)보다 윤 총장(28%)을 더 지지했다. 윤 총장이 야권 지지를 빨아들인 것이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한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을 자진 철거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달 화환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예고서를 자유연대 등에 보낸바 있다. 이로 인해 보수 지지층이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비난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뉴스1


보수 지지자들이 윤 총장 때문에 국민의힘 소속 인사를 공격하는 일도 일어났다. 대검찰청 앞의 윤 총장 응원 화환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누구 편이냐"는 비난 문자가 쏟아진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윤 총장을 띄워준 당의 행동이 야권 기존 주자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가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자칫 잘못하면 당의 전략도 무너지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장 때처럼 내부 분열을 불러와 전선도 무너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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