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바로 앞 발견된 신생아 시신..생모가 두고 갔다

뜻하지 않게 아이를 낳았지만 기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미혼모들이 아이를 맡기면 임시로 영아를 보호하는 ‘베이비박스’ 앞에서 신생아를 두고 간 여성이 아이의 생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신생아가 발견된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인근 모습. 분홍색 수건에 싸여 있던 아이는 파란색 드럼통 아래에서 발견됐다./연합뉴스

서울 관악경찰서는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 드럼통 위에 신생아를 두고 간 여성을 검거해 조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은 아이의 생모로 확인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사망한 신생아의 생모를 거주지에서 검거했다. 이 여성은 검거 당시 아이가 죽은 채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를 모르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다만 검거 이후 범행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는 유기나 과실 정도를 봐서 유기치사 혐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의 드럼통 아래에서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발견 당시 아기는 분홍색 수건에 싸여있었고 탯줄과 태반이 붙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인근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그 전날인 2일 오후 10시 10분쯤 한 여성이 영아를 드럼통 위에 두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교회 관계자 측은 행인이 드럼통 아래에서 영아 시신을 발견한 점으로 볼 때 아기가 전날 밤까지는 살아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아기를 발견한 인근 주민의 도움으로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구조를 시도했지만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지금까지 1800여명의 아이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조치를 받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찰은 생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영아의 몸에 특별한 외상 흔적은 없으나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