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1200만명이 쓰는 동네마켓..중고거래 1위 잡았다

박순찬 기자 입력 2020. 11. 4. 21:20 수정 2020. 11. 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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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공동대표 김용현·김재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미림타워 1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당근 캐릭터 모형과 함께 ‘1등 국민앱에서 1등 글로벌앱으로’란 문구가 보였다. 사무실 곳곳엔 ‘마을회관’ ‘뒷동산’ ‘문방구’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당근마켓 본사에서 김재현(왼쪽), 김용현 공동대표가 화분과 자전거를 든 채 웃고 있다. “화분과 자전거는 코로나 이후 동네 사람들끼리 중고로 많이 사고파는 물건”이라고 한다. /박상훈 기자

요즘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당근마켓이다. 코로나 와중에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 월 1200만명이 매일 20분씩 접속하는 ‘국민 앱’이 됐다. 창업 6년 차 스타트업인데도 파급력이 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대표가 불려 나가기도 했다.

당근마켓은 동네를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앱이다. 반경 4~6km에 사는 이웃들과 서로 거래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당근’은 ‘당신 근처’라는 뜻.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중고 거래 앱이다. 그런데 최근 행보(行步)는 다른 스타트업들과 정반대다. 고객 불편에도 거래 반경을 기존 10㎞에서 4㎞로 좁혔다. 거래액 1조원 달성을 앞두고 ‘앞으로 거래액은 공개 않겠다’고 했다. 대기업 광고도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래도 벤처투자사들의 구애(求愛) 속에 지금까지 투자 480억원을 유치했다.

◇'동네 중고 거래' 넘어 ‘동네 포털’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현(42·경영 담당), 김재현(41·개발 담당) 공동 대표에게 “당근마켓은 어떤 회사냐”고 물었다. 두 CEO(최고경영자)는 각각 “지역 커뮤니티를 다시 만드는 회사” “가치 있게, 지역을 연결하는 회사”라고 답했다. 전국이 아닌 지역 기반의 ‘동네 포털’이 되겠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는 그 목표를 위한 첫 사업일 뿐이다. 김용현 대표는 “지금은 중고 거래가 우리 사업의 ‘메인’이지만, 앞으로는 (여러 사업 부문 중 하나인) ‘N분의1’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다음이 한메일로 사람을 모아 ‘전국 단위 포털’이 됐듯이,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로 동네 사람을 끌어모아 ‘동네 포털’로 크겠다는 뜻이다.

김용현 대표는 “수수료를 받지 않아서 거래액이 중요한 지표가 아닌데 자꾸 관심이 집중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얼마나 파느냐'보다 ‘누구에게 파느냐’가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당근마켓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앱 체류 시간(하루 20분)과 방문 횟수(월평균 24회)다.

당근마켓은 ‘월 1000만 이용자’를 넘어선 지난 8월부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앱 분류를 ‘쇼핑’에서 ‘소셜’로 바꿨다. 지역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 ‘동네생활’도 열었다. ‘남자 머리 잘 자르는 미용실’ ‘잃어버린 강아지 찾아주세요’처럼 원래 이웃에게 물어보거나, 아파트에 전단을 붙였어야 할 일이다.

동네 상점 주인과 주민을 직접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도 신설했다. 카페·학원·미용실 등 업종별로 동네 가게를 찾고 주인과 직접 채팅, 예약도 할 수 있다. 동네의 모든 정보, 거래가 ‘당근’을 통해 흐르도록 한 것이다. 순차적으로 선물하기, ‘당근페이(가칭)’를 붙이고 구인·구직, 이사, 세차 등 동네와 어울리는 기존 서비스들과 협업도 구상 중이다.

두 대표는 경쟁자로 포털 사이트 ‘맘카페’를 꼽았다. “여자만 가입할 수 있고, 댓글 100개를 달아야 승급해주는 등 폐쇄적이었던 기존 맘카페보다 더 개방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수익 모델은 동네 상점들의 광고다. 김재현 대표는 “현재 1200만 이용자와 동네 상점 9만곳이 등록돼 있다”며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해 가다 보면 다양한 수익 모델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로컬TF'에서 만난 두 CEO

두 대표는 2012년 카카오 ‘로컬(지역) TF’에서 처음 만났다.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일하던 김용현 대표가 팀장, 카카오가 인수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씽크리얼스) 대표였던 김재현 대표는 개발자로 합류했다. 하지만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1년 만에 TF는 없어졌다. 결국 둘은 회사를 나와 2015년 당근마켓을 차렸다.

‘왜 동네에 꽂혔느냐’고 묻자, 김용현 대표는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쓰는 돈이 전체의 50%쯤 된다”며 “매우 큰 시장인데,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역설적으로 온라인화가 가장 덜 돼 있었다”고 했다. 대기업을 나와 창업한 것에 대해선 “로컬은 작은 지역에서 시작해, 때로는 전단도 돌려가며 성공 노하우를 익히고 다른 지역으로 넓혀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며 “대기업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작은 기업이 끝까지 버티면서 노하우를 쌓으면 매우 뚫기 어려운, 해자(垓字)가 매우 깊은 사업”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당근마켓에 신생아, 장애인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두 대표는 “성장에 따른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현재 직원 95명 가운데 60%가량이 개발자다. AI로 문제 글을 최대한 정교하게 걸러내고, 회원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재빨리 차단하는 두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당근마켓은 한국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현재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서비스 중이다. 김용현 대표는 “3년 내에 30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세계 1등의 ‘글로벌 동네 커뮤니티 앱’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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