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테스트인가요"..조롱 넘어 분노 부른 '수능 가림막'

권혜림 2020. 1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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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수능에 사용될 책상 전면 가림막.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사용되는 가림막은 반투명성 아크릴 재질로 제작, 책상 왼쪽과 오른쪽에는 설치되지 않고 책상 앞에만 놓인다. 사진 전라북도교육청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장에 설치 예정인 '가림막'을 두고 수험생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교육 당국의 방침이지만, 수험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교육부는 가로 60㎝, 세로 40㎝ 크기의 상판과 이를 받치는 두 개의 바닥 판으로 이뤄진 가림막을 수험생들의 책상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가림막에 시험지가 반사되는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된다.


"가림막 책상서 시험지 펼치다 찢어져"
하지만 가림막을 직접 사용할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험지 크기보다 책상이 좁은 편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지는 양면을 펼쳤을 때 4절지 크기로, 시험 당일 책상 위에는 시험지와 필기도구뿐 아니라 수험표, 신분증, 시계, OMR 카드를 올려둔다. 직접 가림막을 구입해 실전 모의고사를 풀어봤다는 한 재수생은 "국어 영역 특성상 시험지에 글자가 빽빽한데, 시험지를 넘기다 찢어졌다"며 "장벽 같은 칸막이 때문에 평소 30분 안 걸리던 비문학을 35분을 써버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또 "수험생 인내심 테스트지 수학능력 테스트냐" "수능 치러 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상 진짜 작다. 시험지 펼치면 책상이 꽉 차고 수험표나 필기구 떨어질까 불안한데, 무슨 음식점 파티션이냐" "시험지 구멍 나고 찢어먹을 듯"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도 "시험지를 접어가며 문제를 풀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특히 국어영역 같은 경우 평소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림막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험생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자리에 앉은 채로 대화를 나눌 것도 아닌데 앞면을 가린다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남양주에 거주 중인 최모(18)양은 "가림막에 예산을 투입할 바에 차라리 시험장 개수를 늘려 학생 간 거리를 넓히거나 시험지 크기를 줄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온라인 입시 정보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림막' 관련 글들. 오르비 캡처


포털 사이트에서 '수능 칸막이'를 검색하면 '교육부 지정 규격'이라는 광고 문구를 붙인 제품이 다수 나온다. 가격은 1만 원대부터 2만원 중반대로 판매 중이며, 구매 건수를 합하면 1000건이 훌쩍 넘는다. 수험생 개인은 물론 대형 입시 학원이 가림막을 설치한 실제 환경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 가림막을 구입하고 있다.

"가림막은 효용가치 없는 세금 낭비" 靑 청원도
지난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시험 날 책상 앞 가림막 설치 반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1시 기준 2만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수능 시험지 크기보다 작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설치하면 책상 공간이 협소해져 불편하다"면서 "50만개를 제작하는데 1만원씩만 들어가도 50억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간다. 효용가치가 없는 심각한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수능 가림막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교육 당국은 가림막 설치 등 수험장 내 방역 수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가림막' 관련 우려에 대해 "좌우 간격은 확보됐지만, 앞뒤 간격이 확보되지 않았다. 점심에 식사도 해야 하기에 방역 당국에서 가림막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 효과를 위해선 옆면도 가림막을 설치하는 게 맞지만, 수험생들의 불편이 뒤따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잘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대화를 금지하고, 점심때도 조용히 먹고 바로 마스크 착용을 시키는 등 감독 선생님들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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