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매력" 한국 갓에 빠져 패션쇼에 올린 영국 디자이너

서정민 2020. 11. 5. 1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의 21SS 의상들. 사진 에드워드 크러칠리

지난달 20~25일까지 ‘서울패션위크 21SS’가 디지털 런웨이로 개최됐다. 22일에는 서울디자인재단과 영국패션협회 해외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Edward Crutchley)의 패션쇼가 공개됐다.
영국 요크셔 출신의 크러칠리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마틴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전공했다. 직물과 프린팅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그는 루이비통 남성복 텍스타일 파트에서 활약했다. 이때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킴 존스와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맺었고, 현재도 텍스타일 기획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지내고 있다. 그밖에도 디올멘즈,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와 협업했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후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인 영국식 직물에 강렬하고 화려한 무늬를 넣는 것이 그의 특기다. 특히 인도, 베트남, 일본, 한국 등 동양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2019년 AW 런던멘즈패션위크 때는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을 패션쇼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1SS에서도 일본영화 ‘야쿠자의 아내들’(1986)과 터키 황실 의복에서 영감을 얻은 강렬한 컬러와 무늬의 옷들을 소개했다.
“한국을 직접 방문해 패션쇼를 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소감을 밝힌 에드워드 크러칠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국의 신진 패션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 사진 에드워드 크러칠리.

Q : 21SS 컬렉션의 주제는 뭔가.
A :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나는 늘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일본 밤 문화의 어두운 느낌, 터키 황실 의복과 프랑스 커스텀 주얼리 등의 화려함이 섞여 있다. 내가 가장 원했던 바를 한 가지 꼽자면 극적이고 환희에 가득 찬 옷과 무대였다.

영국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의 21SS 의상들. 사진 에드워드 크러칠리

Q : 이번에도 크고 강렬한 무늬들이 눈에 띈다.
A : 중요한 프린트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내가 소장한 기모노 컬렉션에서 가져왔다.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보석&과일 프린트는 오래 된 프랑스 커스텀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초파리도 볼 수 있다.

Q : ‘에드워드 크러칠리’ 브랜드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A : 단순한 컷, 풍부한 텍스처, 글로벌한 영감, 합리적인 소재.

Q : ‘옷’에 관한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뭔가.
A : 가능한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 것. 아름다움은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다. 어떤 옷을 입었을 때 자신감을 느낄 수 없다면, 그 옷을 만든 디자이너는 실패한 것이다.

Q : 매 시즌 남자 모델에게 스커트를 입힌다. ‘젠더리스’ 메시지인가.
A : 굳이 옷에 젠더를 부여하진 않는다. 쇼룸에서도 남성복·여성복 구분을 두지 않고 바이어가 직접 고르도록 한다. 남자 모델에게 입힌 스커트뿐 아니라 여성 모델이 입은 재킷·팬츠·셔츠 등 모든 아이템이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Q : 일본·인도·모로코·베트남 등 동양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A : 아름다운 것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현재 내가 매우 매료되어 있는 부분이 바로 각국의 전통의상이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전통의상과 텍스타일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한다. 인류 문명은 시작부터 다양한 여러 문화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왔고, 나는 이러한 뒤섞임에 매료돼 있다. 서로 ‘구분 짓기’보다 우리 스스로를 하나의 글로벌 시민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의 19AW 쇼에 등장한 한국 전통 모자 '갓'. 사진 에드워드 크러칠리.

Q : 2019년 AW 쇼에 한국의 ‘갓’이 등장했다.
A : 한복 전통 치마·저고리의 아름다움을 조사하던 중 갓을 발견했는데 매우 흥미롭더라. 그 형태의 심플함, 가벼움, 그리고 강렬한 실루엣이 정말 아름다웠다. 쇼에 등장한 갓을 보고 유럽 사람들은 웨일즈 전통 모자라고 생각했고, 미국인들은 식민지 개척자들의 모자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Q : ‘갓’은 한국에서 구입했나.
A : 내 쇼에 필요한 모든 모자를 책임지고 있는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오리지널 갓의 형태를 살짝 변형해 챙을 완전히 평평하게 만들고, 나일론 패브릭을 사용해 광택과 모던함을 더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에드워드 크러칠리의 19AW 쇼에 등장한 한국 전통 모자 '갓'. 사진 에드워드 크러칠리.

Q : 디자이너 킴 존스를 ‘멘토’로 꼽았다.
A : 내가 루이비통에서 일했을 당시, 킴 존스가 합류했고 운 좋게 그의 팀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그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Q :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나.
A :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너무나 가고 싶다!!! 한국 문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아름다움과 영감에 빠져들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Q :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A : 대비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나라인 것 같다. 전통과 모던함(판소리에서 K팝까지), 도회적인 것과 아름다운 자연. 대조적인 것에는 언제나 아름다움이 있다.

Q : 한국의 패션 피플에게 인사를 한다면.
A : 패션 아니면 인생에 대한 조언? 패션에 관한 조언이라면 남들이 당신 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신경 쓰지 말라는 것. 오직 자신의 기쁨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해라. 이건 사실 인생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조언인 것 같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서울디자인재단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