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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도 투표?..트럼프가 우편투표를 '사기'라고 하는 이유

방성훈 입력 2020. 11. 05. 22:02 수정 2020. 11. 0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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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 최대 화두, 우편투표..트럼프 '사기' 맹비난
대부분 서명 대조·잘못 배송된 다수..조작 소지 다분
소송전 가면 美대법 트럼프 손 들어줄 가능성
선거인단 확정 전 재검표 분쟁 못끝내면 트럼프 잔류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지난달 초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기자의 집으로 두툼한 편지봉투 하나가 날아들었다.

기자가 거주하는 집의 원주인 Y씨 앞으로 배송된 대선 투표용지였다. 집주인이 해외에 근무중이어서 수년간 임차인이 여럿 바뀌었음에도 대선용 투표용지는 주인없는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대리 투표를 해도 적발할 수단이 없어 보였다.

지난 1996년 이후 미국 정치 현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에 따르면 죽은 사람에게 투표 용지가 배송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투표용지 관리가 허술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우편투표가 부정선거 소지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코로나에 우편투표 급증…트럼프 “사기, 쓰레기”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논란기리가 우편투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사기’, 우편으로 접수된 기표용지는 ‘쓰레기’라고 부른다. 대리 작성 등 부정투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는 많은 투표가 우편으로 이뤄진다. 2016년 대선 때도 전체 투표의 23.7%인 3320만표가 우편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지난 9월 4일 노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우편투표 용지가 배송됐다.

절차는 간단하다.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는 기표 후 회신 봉투에 담아 반송하거나 지정된 투표용지 수거함 또는 선거사무소에 직접 제출하면 된다. 다만 현장투표와 마찬가지로 유권자 등록을 해야만 유효표로 인정된다.

하와이, 콜로라도, 워싱턴, 오리건, 유타 등 5개주는 아예 모든 선거를 우편투표로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감염사태를 우려한 많은 주정부가 우편투표를 확대했다. 최대 선거인단을 보유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모든 유권자에게 용지를 보내 우편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했고, 원하는 사람만 현장투표를 하도록 조치했다. 투표일인 이달 3일 이전 소인이 찍혀 있으면 모두 유효표로 인정한다.

과거 대선에서도 우편투표 오배송·무효표 발생 빈번

문제는 우편투표 관리가 황당할 정도로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08년 대선 당시 3550만표의 우편투표 중 760만표가 집계에서 제외됐다. 주소지가 틀려 전달되지 않는가 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하긴 했지만 투표 용지·봉투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돼 무효 처리된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보다 1000만표 가량 앞섰기에 큰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올해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투표는 무효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대책본부는 선거후 사흘뒤까지 우편투표용지를 받기로 한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의 방침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연방대법원에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부 주에서는 조작 가능성 탓에 위조 방지용 특수 용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회신 봉투에 고유 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새기는 지역도 있다. 일부 주에서는 신분증 사본을 첨부토록 하거나, 증인 또는 공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대다수 지역에서 서명을 대조해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리 투표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유권자 등록 또는 운전면허증 발급시 등록해놨던 서명과 회신 봉투에 기재된 서명을 비교해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식이다.

12월 18일까지 선거인단 구성 못하면 의회가 선출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 우위의 결과 ‘붉은 신기루(red mirage)’가 현실화했고, 이후 바이든 후보의 역전극이 펼쳐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법원에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또 캠프는 앞서 위스콘신주에서 재검표도 요구한 상태다. 이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우편투표는 사기이며, 신뢰할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있다.

이에 따라 미 정가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상당 기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소송전이 본격화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경우 선거인단 확정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 대선은 유권자 투표(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포함)→집계→선거인단 확정→승자독식(메인·네브래스카 제외) 방식 합산→대통령 선출 등의 단계를 거친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각 주는 12월 8일, 즉 같은 달 14일 각주 선거인단 투표 전까지 재검표 관련 분쟁을 모두 끝내야 한다. 선거인단이 뽑은 대통령을 내년 1월 6일 미 하원에서 승인하면 같은달 20일 취임이 이뤄진다.

문제는 12월 8일까지 법적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양당 모두 12월 14일까지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소를 제기한 펜실베이니아나 미시간에서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주지사 또는 주의회가 판정해 선거인단을 확정한다. 판정 권한을 누가 갖는지는 각 주 법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제출한 선거인단 명부를 공화당 주의회가 거부하거나, 선거인단 명부가 2개 제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이 역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선거인단 투표일인 12월 14일까지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하면 대통령 선출권은 연방 하원으로, 부통령 선출권은 상원으로 각각 넘어간다.

하원의 경우 50개주에서 한 표씩만 행사할 수 있어 공화당 연방의원 수가 더 많은 곳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당 의원수가 더 많은 곳은 바이든 후보에게 각각 표를 던지게 된다. 하원 선거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두고 봐야 하지만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으로 선거 결과 확정 시기를 늦추려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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