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보이지 않는 손' 알고리즘의 경제학

노승욱 2020. 11. 6. 1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왔다.” “단언컨대 이 영상을 검색해서 시청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근 유튜브 인기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댓글이다. 조회 수가 수십만 건에 달하지만 시청자들은 대부분 왜 자신이 이 영상을 보게 됐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아니, 사실 본인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저 영상을 넘겨보다가 유튜브가 추천한 것이 눈에 띄어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검색, 쇼핑, 콘텐츠, 금융, 교육, 의료, 물류, 채용 등 알고리즘은 산업 전반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결에 취한 행동이나 결정이 누군가 설계한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면 어떨까.

‘21세기형 보이지 않는 손’ 알고리즘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매일 美 학술도서 100만배 정보 생산 검색 알고리즘 없으면 ‘해변서 바늘 찾기’

인터넷에는 수천억 개 넘는 웹페이지가 있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넘는 분량의 동영상이 새로 업로드된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으로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3초도 안 돼 우리가 원하는 정보와 영상, 묘수를 찾아낼 수 있다. IT기업의 이름 모를 프로그래머가 설계해 놓은 알고리즘 덕분이다.

알고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의 집합’이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값을 찾아주는 모든 과정의 순서도’다. 치킨을 사 먹는 소비자는 이론적으로 치킨의 생산 과정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치킨집, 도계장, 양계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그러나 포털이나 유튜브의 검색 결과, 알파고의 묘수는 왜 그것이 도출됐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물론 큰 틀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무수히 많은 변수를 거치다 보면,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고리즘을 설계한 프로그래머도 짐작하기 어렵다. 알고리즘이 ‘21세기형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 오늘날 매일 생산되는 디지털 데이터 규모는 2ZB(제타바이트)가 넘는다. 1ZB는 미국 전체 학술도서관에 소장된 도서 정보량의 50만 배에 이르는 용량이다.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모습. <이승환 기자>
인간 통제 범위를 벗어난 ‘뷰카(VUCA, 잠깐용어 참조)’ 시대의 도래. 천문학적 연산 처리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이 없다면 이제 원하는 정보 하나를 찾기도 버거워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알고리즘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단언했다.

알고리즘은 수시로 바뀐다. 끊임없이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는 데다, 알고리즘을 분석해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마저 생겨나기 때문이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 7월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유튜브에서 유해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30번 이상 개편했다”고 밝혔다.

그때마다 세상은 출렁인다. 무명(無名) 유튜버가 단숨에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고, 시청자는 맞춤형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매, 기업들의 실적이 오르내린다. 지난 2018년 4월에는 “유튜브가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바꿔 내 채널 조회 수가 줄었다”며 유튜브 본사를 찾아가 총을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업 유튜버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제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우수 기업과 인재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투모로우(Tomorrow)의 마이크 월시 최고경영자(CEO)는 저서 ‘알고리즘 리더’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모든 유형의 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알고리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리즘 시대의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의사 결정과 운영 방식, 창의적 결과를 디지털 시대의 복잡성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깐용어*뷰카(VUCA)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앞 글자를 딴 말로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과 리스크를 묘사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노승욱·강승태·김기진·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2호 (2020.11.04~11.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