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의 파업..돌봄사도 엄마도 운다
# "선생님, 내일 선생님 팔 아파서 돌봄교실 안한다면서요?"
"선생님도 팔 아프면 쉴 수도 있지"
충북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A씨는 돌봄파업 전날인 5일 아이들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 해맑게 왁자지껄 수다를 떨던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교실에서 혼자 남았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파업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학교 안에서 느끼는 차가운 시선에 대한 서러움,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엄마들한테 '선생님들이 파업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이 '팔이 아프다'로 이해한 것 같다"며 "해맑기만 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돌봄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을 학부모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에서 돌봄전담사들을 왜 그렇게 못마땅하게 보고 내쫓으려고 하는지, 돌봄교실은 학교 안에서 정말 외딴 섬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 서울에서 초2 초1 연년생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B씨는 돌봄파업에 "맞벌이 부모는 운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돌봄이 제한돼 올해 내내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고생한 터였다.
6일 파업은 친정엄마에게 아이들 돌봐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B씨는 "주변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괜찮아진다고 조언을 하지만 정말 돌봄 문제 때문에 회사를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가 모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이날 12개 시·도에서 일제히 파업대회를 열었다.
연대회의는 돌봄파업 참가인원으로 전체 돌봄전담사 1만20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00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전체 6100여개 초등학교의 40%가량인 2500여개 학교가 돌봄파업에 따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학비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을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돌봄으로 전환할 우려가 큰 온종일 돌봄법은 졸속"이라며 "공공성 강화에 역행하는 돌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순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은 "돌봄교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돌봄을 법제화해야 한다"면서 "지자체 이관 민간위탁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3일 돌봄노조·교원단체·학부모단체·교육청·교육부로 구성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교육감협에 제안했다.
4일 교육감협은 교육부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협의체에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시도지사협의회·국가교육회의 등이 추가로 참여하는 것을 교육부에 역제안했다.
교육감협이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돌봄전담사 노조들이 요구해왔던 비정규직 복리후생 차별 해소와 전일제 근로 보장에 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파업은 예고대로 진행됐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교육부가 파업 이틀 전 초등돌봄 운영개선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형식적인 제안이다. 더욱이 주요 해결주체인 시도교육청의 참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파업 미참여 돌봄전담사 활용 △마을돌봄 기관 활용 안내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 등의 자발적 참여 △담임교사 상주 하에 교실이나 독서실 활용 등을 안내했다.
그러나 하루 파업에 대비한 임시방편에 불과해 협의에 진척이 없을 경우 '2차 돌봄대란'으로 번질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돌봄문제를 일부 떠 앉은 교사들의 짐도 내려줘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관련 질의에 "돌봄전담사들은 전일제를 요구하는데 4·6·8시간 등 조건이 다르다"며 "이번을 계기로 그들의 처우 개선과 교원단체에서 제기하는 행정업무 경감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논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파업을 자제할 것을 계속 요청하면서 불편함을 최소화할 대책들도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별로 계속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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