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불났는데.."소화기 못 빌려줘", 결국 빗자루로 불 꺼
[앵커]
한 시민이 도로변 화단에 불이 난 것을 보고 주변 상가에 소화기를 빌려달라고 청했는데, 모두 이를 거절해 결국, 주운 '빗자루'로 불을 껐습니다.
불을 끈 이 분, 선행을 하면서도 참 마음이 씁쓸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로변 화단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집니다.
지나던 길에 이 불을 목격한 한 유튜버가 유튜브 중계를 시작했고 소화기를 빌리러 인근 상가로 뛰어갔습니다.
["여기 잔디밭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주인, 그냥 거절합니다.
[가게 주인/음성변조 : "저희 소화기를 가져가시면 저희는 또 소화기 구매를 해야 되는데..."]
다른 가게에 도움을 청했지만 눈앞에 소화기를 두고 빈손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여기 앞에 불났는데 소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여기 ○○○에 있을 거예요. ○○○)."]
결국, 쓰레기 더미 옆에서 싸리 빗자루를 주워 불을 껐습니다.
[이광낙/대전시 동구 : "빈손으로 돌아오면서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불이라는 거는 좀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회적 무관심 사례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역에서, 지난해에는 홍대 인근에서 여성들이 지나가던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 내가 개입해서 훨씬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조차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
선행을 하고도 왠지 씁쓸했던 한 시민의 마음, 우리 사회가 바꿔야 할 한 단면입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서창석
백상현 기자 (b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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