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트럼프는 왜 퇴임을 두려워하나

안용현 논설위원 2020. 11. 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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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미·북 하노이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12년 집사’였던 변호사 코언의 청문회 폭로를 보느라 밤을 새워야 했다. 트럼프에게 등 돌린 코언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러시아와 사업적 거래를 했고 성 추문을 덮으려고 여성에게 입막음용 돈을 줬다고도 했다. 탈세 혐의까지 증언했다. 트럼프의 불법을 돕다가 2018년 징역 36개월을 선고받은 그는 “내 죄와 비교하면 트럼프는 360년을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고 했다. 유죄를 인정하고 풀려난 뒤 트럼프를 고발하는 책을 썼다.

/일러스트

▶뉴욕 주 검찰이 수사하는 트럼프 재단의 불법 회계 혐의도 코언이 단서를 준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와 그의 회사들이 자산 가치를 속이는 수법으로 사기 대출을 받거나 탈세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 차남을 소환 조사했고 회계 자료를 제출하라는 영장도 발부받았다. 미국에서 회계 부정과 탈세는 중죄(重罪)다. 수사의 칼이 트럼프 목까지 왔다.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 DC와 메릴랜드 주 검찰도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혐의를 캐고 있다. 청구된 영장만 30건이 넘는다. 트럼프의 성범죄를 고소한 여성도 한둘이 아니다. 트럼프를 겨눈 수사는 ‘현직 대통령’이란 방어막 때문에 멈춰 섰을 뿐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유세에서 “(대선에서 지면) 아마도 나는 이 나라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나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지층 결집용 발언만은 아닐 것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잃으면 민형사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백악관에서 나오는 순간 감옥 가거나 빈털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어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선거 소송이 대법원에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 구성은 공화당에 유리하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 소송을 걸겠다는 공언도 했다.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더라도 소송전을 벌이며 끝까지 백악관에서 버티겠다는 것이다. 선거 불복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죄는 트럼프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권력을 잃는 것보다 감옥에 가는 것이 더 두려울 수 있다. 백악관에서 순순히 물러나는 카드로 자기 사면을 요구하는 ‘거래의 기술’을 쓰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온갖 죄를 짓고도 벌 안 받으려는 트럼프의 무리수에 미국 민주주의가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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