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거품"→"거대한 위협".. 中 압박하는 '4개국 反中동맹'

권지혜 2020. 11. 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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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포위 아시아판 나토 추진.. 우리 정부엔 실존적 딜레마 우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무시하는 전략을 펴왔다. 쿼드에 참여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이해관계가 다 달라 미국 뜻대로 반중 포위망을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중 갈등은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됐다. 일본·호주·인도는 코로나19 책임론, 국경 분쟁 등을 겪으며 중국과 관계가 틀어졌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지난달 동남아 순방 중 쿼드를 “거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2018년 3월 “결국에는 사라질 거품같은 것”이라고 했던 데 비하면 180도 달라진 상황 인식이다.

코로나19·영토분쟁, 반중 여론 확산

중국에서 국제 뉴스를 주로 다루는 글로벌타임스는 10월 한 달 동안 쿼드 관련 기사와 사설을 17건 내보냈다. ‘미국의 중국 주변국 흔들기 쉽지 않다’ ‘쿼드는 아시안 나토를 추구하지만 중국은 해법이 있다’ ‘쿼드 멤버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등의 제목이다. 기사의 전반적인 흐름은 쿼드 참여국간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의견 일치가 없고, 일본·호주·인도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더 이상 확장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쿼드의 영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6일 “중국 매체가 쿼드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그만큼 확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호주, 일본, 인도(오른쪽부터) 4국 외교장관이 지난달 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쿼드 회의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운데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뉴시스


중국이 쿼드를 경계하는 건 이들 국가에서 반중 감정이 급격히 확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엔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식 ‘전랑 외교’가 미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이 불거지자 도리어 공격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며 여러 나라와 충돌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와 석탄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조만간 밀 수입도 추가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가 지난 4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요구한 뒤로 중국이 전방위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많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 6월 국경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무력 충돌해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 양국 충돌로 사망자가 나온 건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앙숙인 두 나라는 라다크 뿐 아니라 카슈미르, 시킴,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美, 한국도 동참 압박 가능성

쿼드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4자 안보 대화가 처음 열렸다. 태평양과 남아시아를 잇는 민주 국가의 안보 협력 틀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방점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던 중국 견제에 찍혀 있었다. 이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9월 아베 총리가 실각하고 12월 호주에서 친중파로 분류되는 케빈 러드 총리가 취임했다. 인도도 소극적이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2015년 인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자 안보 대화에 불을 지폈다. 인도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국경 분쟁 지역을 넘어와 인도군과 대치한 사건을 겪으며 중국 견제를 위한 연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에 비동맹 지위를 고수하던 인도가 합류하면서 쿼드가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강화됐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쿼드 4개국 외교장관 회의가 성사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일본 도쿄에서 공식적인 첫 회의가 열렸다.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4개국은 지난 3일 인도양 동북부 벵골만을 시작으로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인도양 북서부 아라비아해로 옮겨 훈련을 계속한다. 미국·인도·일본 3국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말리바르에 호주가 13년 만에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호주는 2007년 훈련에 참여했지만 중국이 강력 반발해 이후론 불참했다. 인도 현지 언론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팽창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중국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쿼드 확장은 남의 일이 아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8월 화상으로 열린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서 쿼드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공식 기구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여기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도 내비쳤다. 쿼드 확장 움직임이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언젠가 한국 정부도 동참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이것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사드(THAAD)를 추가 배치하거나 남중국해 등 군사훈련에 합류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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