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이 중국 의상?..선 넘은 '샤이닝니키'의 막장 행보

강한결 2020. 11. 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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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샤이닝니키' 화면 캡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중국의 페이퍼게임즈가 개발한 스타일링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 출시 8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으로 인해 발생한 논란이다. 

페이퍼게임즈코리아는 5일 밤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의 한국판 신규 다운로드와 결제를 6일부터 차단하고 다음달 9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페이퍼게임즈는 "최근 전통 의상 문화에 대한 논란을 깊이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중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의관제도는 중국과 동일하다라는 관점을 밝힌 문장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란을 일으킨 의상 세트 폐기 공지 안내 후에도 여전히 중국을 모욕하는 급진적인 언론(비판)을 여러 차례 쏟아내면서 결국 우리의 마지막 한계를 넘었다"고 했다.

페이퍼게임즈의 '급발진'은 한복 논란으로 비롯됐다. '샤이닝니키'는 지난 4일 한복 아이템 '품위의 가온길', '세월 속 한울' 등을 출시했다. 한복 아이템은 중국에도 출시됐다.

중국에선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다수의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에 대해 "중국 명나라 의상이다",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이니 중국옷이다" 등 한복이 중국 문화라는 황당 주장을 펼쳤다. 

페이퍼게임즈가 이에 동조하며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페이퍼게임즈는 4일 중국 웨이보에 올린 공식 입장문에서 "국가의 존엄을 지키겠다"며 중국 누리꾼 편을 들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의 샤이닝니키 유저와 누리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아이템 환불 요구와 게임 탈퇴선언도 이어졌다.

▲사진= '샤이닝니키' 공식카페 화면 캡처.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종료 안내문에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중국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한국 왕실 의상은 명나라 황제가 수여한 것이고, 중국은 제후국의 하급 복식에 대해 위로와 은총, 격려를 보내 조선이 더 충성스럽게 중국에 봉사하도록 했다"며 "한국은 자체적인 복장 체계가 없으므로,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복은 명나라 의상을 개선한 것이다"라는 억지주장이 담겼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국경 내 역사를 모두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로, 중국 동북지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역이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역사 왜곡 사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내 소수민족이 세운 국가라고 억지주장을 펼친 바 있다.

'문화적 동북공정'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중국에서는 한복, 아리랑 등이 중국의 전통문화라고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페이퍼게임즈는 결제 차단 일시와 서비스 종료 일정만 언급됐을 뿐 환불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는 것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40위권에 오른 게임이다. 적지 않은 유저가 이미 '샤이닝니키'에 과금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식카페에는 이를 성토하는 여론이 많아진 상태다.

앞으로 페이퍼게임즈가 출시한 작품은 하지 않겠다는 유저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페이퍼게임즈가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전통 한복에 대해 엉뚱하게도 중국 네티즌들이 정통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복 동북공정론"도 문제지만, 게임개발사의 대응은 더 황당하다"며 '게임사와 조국의 입장이 줄곧 일치해 왔고 국익을 해하는 행위를 반대한다'는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거짓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이퍼게임즈 외에도 그동안 중국게임사가 보여준 '막장 운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불과 며칠 전에는 대형 중국계 게임유통사인 X.D Global가 국내 게임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이용자 환불 안내를 전혀 하지 않은 사건이 있다"며 "국내 홍보‧운영‧개인정보관리 대행사를 통해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례들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게임사가 우리나라에서 막장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가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즉각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에 대해 "국내에 영업장이 없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입장문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이퍼게임즈의 막장 운영으로 다른 중국 게임사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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