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한국 반도체 다시 던진 승부수 '통할까?'

팽동현, 강소현 기자 입력 2020. 11. 7. 06:40 수정 2020. 11.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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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격변하는 반도체 시장 판도.. 메모리 초격차 수성, 시스템 신시장 공성 나선다

[편집자주]흔히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 부른다. 현대 산업에서 핵심 부품으로 첫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이 전 산업 분야의 기반에 스며들어 변혁을 불러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반도체는 이제 그 엔진으로 자리잡아 나날이 중요성을 더해간다. 우리 반도체 업계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선두를 굳히고,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넘어 21세기 글로벌시장 패권을 향해 진격한다.

2020년 반도체 시장 판도가 요동친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SK하이닉스의 10조 인텔 낸드 쇼핑 ‘적정가 맞아?’


최근 반도체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SK하이닉스가 거금을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 것이다. 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중국 다롄 팹(반도체 생산 시설) 등 인텔의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NSG) 사업을 총액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가져온다. 다만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 사업은 이번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체급 올린 SK하이닉스, 낸드도 2위로 ‘껑충’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3.8% ▲키옥시아 17.3% ▲웨스턴디지털 15% ▲인텔 11.5% ▲SK하이닉스 11.4% 순이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점유율을 합치면 20%를 넘어 단숨에 일본 키옥시아를 앞지른다. 이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던 SK하이닉스가 규모를 갖추면서 시장 판도를 바꿀 기회를 얻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구조의 균형을 확보한다는 점에도 적잖은 의의를 둔다. 업황 변동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특성상 그동안 D램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는 회사의 고민거리였다. 현재 ▲D램 73% ▲낸드 24% ▲기타 3.6%로 구성된 매출 비중이 인수 후에는 D램 60%와 낸드 40% 수준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 인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하이닉스가 D램에 이어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굳혔다. 한국기업이 D램(72.3%)과 낸드(56.6%) 양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K-메모리’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

◆인텔 메모리 사업 구매가 10조원… 제값 할까?

SK하이닉스가 인텔과 성사시킨 ‘빅딜’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우려를 반영하듯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가 지불한 대가가 무려 10조원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를 넘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냉정히 평가했을 때 비싼 값을 치렀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중국 공장 값은 4조 안팎일 것이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과 인텔 기술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번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SK하이닉스의 리스크 증가를 우려한다. SK하이닉스는 1년여 후 1차 인수대금 납입에는 내년 업황 개선에 따라 창출되는 자체 가용현금을 우선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상당 부분 차입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빅딜’ 여파로 거꾸러진 기업을 여럿 목격해온 투자자로서는 달갑지 않을 대목이다.

인수 과정도 복잡하다.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받는 대로 SK하이닉스가 인텔에 70억 달러를 지급하면서 낸드 SSD 관련 지적재산권(IP)과 인력 등 SSD사업 및 중국 다롄 팹 자산을 이전한다. 이후 2025년에 나머지 20억 달러를 지급하면서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생산 관련 IP와 R&D 인력과 다롄 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5년에 걸친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텔에게 주력사업에 집중할 여력만 제공하는 ‘남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에서 옵테인 메모리 사업이 제외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인텔이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옵테인 메모리는 SSD와 D램의 중간 역할을 하는 기억장치다. 낸드 집중 강화를 꾀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더 값을 치르며 가져갈 유인이 부족하겠으나 인텔로서도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최신 기술까지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분야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명품에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의 이번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로서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평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현재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단순히 낸드 사업의 외양적 확장만이 아니라 SSD를 중심으로 한 인텔 솔루션 경쟁력도 고려한 결정”이라며, “가격에 대한 우려는 중국 다롄 팹에 주목하다 보니 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인텔이 보유한 솔루션 개발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감안하면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 규제 승인 후 1차 대금 지급 완료와 동시에 SSD 사업은 바로 인수된다. 낸드 SSD 부문에서 시너지는 즉시 창출될 것”이라며 “다롄 팹의 낸드 생산은 2025년까지 인텔에서 맡지만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양사 간 합의된 장치가 있으므로 불확실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에 따라 SK하이닉스가 품을 기술에 주목한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해당하는 컨트롤러 기술과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인 펌웨어 기술 확보를 높이 평가한다. 이는 곧 SK하이닉스도 낸드 제품을 단품이 아니라 솔루션으로 구성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회사는 그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매출 증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이번 인수는 그간 SK하이닉스가 아쉬웠던 부분을 채운다는 점에서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인수 대상인 인텔의 기술은 이 분야 원조이자 최고 수준”이라며 “인텔 또한 주력사업인 CPU 때문에라도 이와 연결되는 메모리 분야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양사 간 전략적 협력이 긴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출시한 DDR5 D램 /사진제공=SK하이닉스
◆D램과 낸드 쌍두마차로 ‘제2 도약’ 꿈꾼다

2011년 하이닉스의 사명 앞에 SK가 붙는 게 결정됐을 때 이천 공장 현장에서 만난 엔지니어들조차 SK의 인수 사실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간의 우려를 무릅쓰고 SK그룹이 반도체 분야에서 결행한 첫 번째 베팅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성공이었다.

10년여가 흘러 첫 번째 베팅의 꼬리를 물고 두 번째 베팅이 이어진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너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규모와 기술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했다. 10조원의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인수 발표 당일 CEO 메시지를 통해 “향후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 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100조 원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

CPU(중앙기억장치) 시장에서 명실상부 1위 제조사였던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업계 최종 승자는 누구?… 블록버스터급 M&A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반도체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PC·모바일 등의 수요가 늘면서 대부분 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의 상대적 추락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업계의 이목을 끈 건 ‘인텔’이다. CPU(중앙기억장치) 시장에서 명실상부 1위 제조사였던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 인텔은 지난 7월 CPU 경쟁사인 AMD에 주가를 역전당하는가 하면 시가총액에서도 GPU(그래픽처리장치) 회사 엔비디아에 밀리는 치욕을 맛봤다.

설욕전에 나선 인텔과 이를 누르려는 AMD와 엔비디아. 포스트 코로나를 목표로 각사가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동력까지 확보하면서 블록버스터급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리사 수 AMD 대표(CEO) /사진=로이터
◆하청업체의 반란… 만년 2위 AMD, 인텔 ‘바짝’ 추격

인텔은 반도체업계의 최강자였다. 수십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매출·영업이익 1위를 지키며 글로벌 IT 생태계를 이끌어왔다. 특히 인텔은 CPU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속해왔다. 서버용 CPU 시장에서는 무려 95%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인텔의 독주체제였다.

하지만 인텔이 2018년부터 부진에 빠지면서 CPU 경쟁사인 AMD가 시장점유율을 뺏어오기 시작했다.

인텔은 CPU 자체 설계와 생산을 고집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정기술 개발 지연이 거듭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복된 지연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반도체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실제 인텔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7나노 공정을 적용한 CPU 출시가 6개월 이상 지연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10.6% 폭락해 54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더해 애플이 ‘탈 인텔’을 선언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인텔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의 선언은 인텔이 PC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AMD의 경우 CPU를 설계만 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생산을 맡겨왔다. 그 결과 AMD는 7나노 공정을 적용한 CPU를 인텔보다 먼저 출시했다. AMD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CPU 시장에서 15.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7%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인텔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또 AMD의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3분기 매출은 28억달러(약 3조1628억원)로 전년대비 45% 늘었고 전 분기 대비 56% 증가했다. 4분기 매출도 전년대비 41% 증가한 30억달러(약 3조38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과거 인텔과 AMD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 놀라운 추격이다. 인텔의 하청업체로 출발했던 AMD는 2011년 APU(CPU와 GPU를 합친 통합 프로세서)와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로 주저앉았다. 2011년 매출 65억7000만달러·순이익 4억9100만달러를 기록했던 AMD는 이듬해인 2012년 매출 54억2000만달러를 기록하고 11억8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2015년에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로부터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인텔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사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AMD를 두고 “재기하지 못할 회사니 더 이상 신경쓰지 말고 새 경쟁자 퀼컴에 집중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AMD가 불과 몇 년 후 인텔에 어퍼컷을 날린 셈이다.

지난 9월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45조원)에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역대급 M&A 규모에 반도체 업계 ‘들썩’

인텔은 계속된 부진에 SK하이닉스와의 계약을 통한 재도약을 꾀한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고 2025년 3월까지 인수 계약을 완료한다고 10월20일 밝혔다. 인수액은 10조3000억원. 인텔은 이 재원을 확보해 주력사업인 CPU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주력산업인 CPU 공정개발에서 어려움을 겪자 재원확보 및 주력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며 “AMD의 성장에 발목을 잡으면서 주력사업이었던 CPU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 외에도 올해 많은 반도체 업체가 성장을 위한 M&A에 나서면서 다시 한번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현재까지 합의된 반도체 업계 M&A 규모만 750억달러(약 85조47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1073억달러(약120조8734억원) 규모의 2015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특히 인텔과 SK하이닉스 건을 포함해 큰 규모의 M&A가 무려 3건이다. 지난 9월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45조원)에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AMD는 10월27일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 기업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39조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AMD 이종사업 인수… “포스트 코로나 준비한다”

이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M&A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겠다는 목표다. 엔비디아와 AMD는 데이터센터 성장을 목표로 이종사업을 인수했다. 코로나19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AMD는 게임용 콘솔에 사용하는 반도체로, 엔비디아는 GPU로 수혜를 입었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에 대한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우선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사업확장에 가속폐달을 밟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GPU가 AI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반도체로 떠오르면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테슬라·토요타·아우디·벤츠·볼보 등을 파트너로 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애플을 비롯해 전세계 1000여개 반도체 기업에 설계도를 제공하고 있는 ARM과의 만남은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FPGA 전문업체 자일링스를 인수해 인공지능(AI)과 5G·서버 시장 등을 노린다. FPGA는 AI·데이터센터·통신산업 등 에 널리 쓰이는 반도체다. FPGA 시장에서 자일링스의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5G 칩셋에도 자일링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AMD는 인텔의 독무대였던 CPU 서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 내에서 향후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ARM으로 IoT를, AMD는 자일링스를 통해 서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모두 이종사업과 협력한 케이스다 ”고 분석했다.

인텔은 이미 2017년 자율주행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한 만큼 CPU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내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같이 반도체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분주한 상황에서 인텔이 과연 부진을 극복하고 1위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산업의 쌀’을 둘러싼 글로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한국의 선택은?


올해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당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시장 또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택근무와 원격 솔루션이 활성화되면서 PC와 게임콘솔 및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급증했다. 모바일 분야에서 줄어든 수요가 상쇄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에서 미국의 제재를 앞두고 급히 반도체 사전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인 호황을 맞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업체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삼은 중국 반도체 굴기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곳이다. 이번 제재 또한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경쟁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부지리 얻을까? 새우등 터질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반사이익이 생겼다. 주력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던 상황이었기에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이유는 비단 안보뿐이 아니다. 그 속내에는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육성 의도가 깔려 있는 만큼 잠시 어부지리를 얻는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중국 쪽에서 괜한 몽니를 부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당장 중국이 받는 영향에 대한 반사이익이 있을 뿐 향후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추격을 뿌리칠 수 있게끔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핵심 기술과 인력의 유출을 막고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대전(SEDEX) 2020’에서 자사 첫 ToF 이미지센서를 공개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신시장 개척 나선 반도체 업계

나날이 격변하는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다. 옴디아는 올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1258억 달러,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를 2445억 달러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2배에 달한다. 더욱이 5G 통신,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로는 메모리 가격에 따라 국가 경제까지 휘청이게 하는 산업 체질도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앞장선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추격자 입장이므로 선두기업과 간격을 줄여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선도기업으로서 ‘초격차’를 지켜나가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지난해 제시한 청사진을 기반으로 예정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7나노 EUV 시스템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을 업계 최초 적용한 테스트칩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정부, 새로운 D램 ‘AI 반도체’ 키운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장려해온 정부에서도 최근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양성을 목표로 하는 ‘AI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이다. 대형 R&D(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프로젝트를 비롯해 디지털 뉴딜과 연계한 초기 수요창출 등을 통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반도체 시장의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업체를 쫓아가야 하는 기존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달리, AI반도체는 현재 어느 곳이든 출발선상에 같이 있다”며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성공하려면 협력이 중요하다. 제조와 설계, 반도체기업과 전자제품기업, 기업과 정부·학교 간에 더욱 원활하고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격변하는 지형 속에도 진격은 계속된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형 M&A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아나로그 디바이스(ADI)가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0억 달러에 사들였고 9월에는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달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AMD에서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AI와 클라우드 등 새로운 IT트렌드와 함께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새로이 패권을 잡기 위한 전폭적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우리 반도체 업계도 이제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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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강소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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