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고 0원 만들어야 로또 1등"..거짓 점괘로 수억원 뜯은 무속인

최종권 2020. 11. 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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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돈을 갖고 있어야 일 풀린다"
피해자 대출금 수천만원 가로채기도


“등 뒤에 로또 당첨번호 보인다” 꼬드겨

한 복권방에서 로또복권을 구매하는 손님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점집을 찾은 손님에게 로또 당첨 등을 미끼로 수억 원을 가로챈 40대 무속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부장 남성우)은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피해자 5명에게 3억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점을 보러온 B씨에게 “너는 로또 1등에 당첨될 것”이라고 거짓 점괘를 내놨다. 이어 “등 뒤에 로또 번호가 보인다. 1등에 당첨되려면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속인 뒤 B씨로부터 6차례에 걸쳐 6814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또다른 피해자에게는 “막힌 액운을 풀어주겠다”며 송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점집을 찾은 손님이 “장래가 불확실하고, 헤어진 연인과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놓자, “너의 돈을 내가 갖고 있어야 일이 잘 풀린다. 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 나에게 달라”고 꼬드겼다. 이후 피해자는 3차례에 걸쳐 180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3억원 이상의 빚을 지면서 일명 ‘돌려막기’ 방법으로 채무를 갚고 있던 상태여서 돈을 돌려줄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판단했다.

로또 이미지. [중앙포토]


A씨의 사기 행각은 올해 2월까지 계속됐다. 자신의 점집을 찾은 피해자 3명에게 “죽은 부인이 아들도 데려가려 한다”, “주식에 같이 투자하자”, “대운이 들었다”는 등의 점괘를 내놓으며 1억5500만원을 가로챘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여간 복수의 피해자로부터 2억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또 다른 사기죄를 피소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남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음에도 유사한 방식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거액의 금원을 편취하고, 피해회복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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