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불복 후 백악관 퇴거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특파원+]

국기연 2020. 11.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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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11ㆍ3 대선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면서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투·개표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선 캠프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투표 집계와 선거 인증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국민이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과 우리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불복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우리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법의 모든 측면을 통해 이 과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개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연방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을 통해 자신이 승리한 사실을 인정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지만, 아직 대선 승리 선언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공식적으로 확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이든 진영은 최종 개표 결과만 마냥 기다리지 않고, 정권 인수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절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도 백악관을 비워주지 않고 버티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이런 사태를 의식해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인이 당선인을 결정하는 것이고, 미국 정부는 백악관의 침입자를 끌어낼 수 있는 완벽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스로 퇴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적은 없으나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파격적인 스타일로 인해 그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시사 전문지 뉴스위크가 이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정권 이양을 거부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현시점에서 내년 1월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 이양 위기를 막기 위한 계획을 미리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 개표 3일째인 5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나란히 배치한 사진. 사진은 대선 직후 두 후보가 각각 승리를 확신하며 선거 결과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뉴스위크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게 정부를 이양하지 않으면 1월 20일 정오 이후에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내년 1월 20일 정오 이후에 대통령의 안전을 지키는 백악관 경호원이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정오 이후에는 백악관 무단 침입자 신세가 되고, 백악관 경호원이 백악관을 배회하는 어떤 노인이라도 끌어내듯이 트럼프를 끌어낼 것이라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지 않고 버틸 때 새 대통령이 최고군통수권자 자격으로 미군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퇴거 문제는 전적으로 백악관 경호실 소관 업무이다.

미국 대선 개표 사흘째인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센터에 마련된 개표장 밖에 몰려와 개표 결과에 항의 시위를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들(오른쪽)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디트로이트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국회의사당 잔디 광장에서 열리는 새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취임식 날 오전에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백악관을 안내하고, 환담한 뒤 취임식장으로 함께 떠나는 게 오랫동안 정착된 관행이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물러난 대통령이 새 대통령 바로 뒷좌석에 앉아 새 대통령의 취임 선거가 끝나면 박수를 보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백악관으로 초대하지도 않고, 취임식에도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뉴스위크가 지적했다. 트럼프가 취임식에 불참해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과 전용 승용차인 ‘비스트’를 넘겨주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년 1월 20일 정오 이후에는 에어포스원과 비스트의 사용 권한이 자동으로 새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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