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유엔 北인권결의안 초안서 빠진 이유는

이유정 2020. 1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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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7일(현지시간) 결의안 초안 입수 보도
"北자의적 구금·처형 여전..코로나로 상황 악화"
"초안 공동 제안국에 韓없어" 2년 연속 불참하나
인권보고관 "서해 사건, 남북에 통지문 보낼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는 공동제안국 명단에 한국 정부가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인권결의안 참여 수위를 낮추게 되면, 지난 달 북한 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소리(VOA)가 7일(현지시간) 입수해 보도한 결의안 초안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 침해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VOA에 따르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기구의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 하면서 북한 내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는 점도 언급됐다고 한다. 매년 보고서에서 다뤄진 북한의 자의적 구금과 처형, 탈북민에 대한 보복 등을 비롯해 국제적 납치, 정치범 수용소 운영 문제는 올해도 포함됐다.

결의안 초안에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할 것과 '가장 책임 있는 이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지난달 서해에서 일어난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은 이번 초안에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VOA에 “유엔총회에서는 개별적인 사건들이 다뤄지지 않는 것이 관례”라면서도 “한국 정부와 북한 정부에 이 사건과 관련한 공식 통보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인권결의안 초안에는 EU와 일본 등 40여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초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인권결의안은 참여 수위에 따라 ‘주요 제안국(초안 작성자)-공동 제안국’으로 나뉜다. 정부는 2008년 이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오다가, 지난해부터 돌연 수위를 낮춰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지 않는 컨센서스 참여만 했다. 북한과의 대화 교착을 의식해 인권 문제에서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더구나 올해는 최근 서해상에서 자국민 피격 사건까지 일어난 터라 정부의 인권결의안 참여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통일부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하는 탈북단체 두 곳을 사실상 강제 해산하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올해 정부의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와 관련해 지난 달 국회에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공동제안국 불참은 인권 문제라는 핵심 원칙을 저버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018년 남북, 북미 대화 국면 이후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인권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에는 미국도 빠져 있다고 한다. EU와 매년 주요 제안국으로 초안 작성을 함께 했던 일본은 지난해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 수위를 한 단계 낮추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유엔 인권이사회(UNHCR)도 탈퇴한 상황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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