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김치담가요" 달라지는 김장철 풍경

김수완 2020. 11. 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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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56% '올해 김장 포기'
4인 가족 김장비용 30만9000원
전문가 "최근 트렌드에 맞춰 공급 관점에서도 변화 생겨"
한 조사에 따르면 주부 10명 중 6명은 올해 직접 김장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아유~ 요즘 누가 김장해요?"

20년간 직접 김치를 담갔다는 주부 김모(56) 씨는 올해 김장 김치는 가까운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최근 몇 년 새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 더 이상 직접 김치를 담글 수 없게 됐다"며 "요즘에는 절인 배추다 뭐다 많이 나오고 있지만, 김장 한번 하려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냥 사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도 직접 담그더라도 소량만 하거나 내 경우처럼 사 먹는 지인들이 많다. 만든 것보다 사 먹는 김치가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다"며 "종류도 다양하게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최근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김장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장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김포족'(김장포기족)도 늘고 있다.

이들은 매년 김장철마다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야 하다 보니 재료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과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는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편이 더욱 편리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주부 10명 중 6명은 올해 직접 김장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치 시장 1위 브랜드인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9~2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총 284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6.2%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장이 부담되는 이유로는 △'김장 재료 구입비용이 많이 든다'(44.4%)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29.2%) 등을 꼽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김장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13개 품목에 대해 전국 19개 지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4인 가족의 김장비용은 30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배추, 무 등 각종 김장 채소 구입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예천군 지보면의 한 농촌 가정에서 겨울 김장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라 매년 김장철이 지나고 나면 주부들은 '김장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김장 증후군이란 김장 후 발생하는 허리와 무릎 통증, 온몸이 쑤시는 몸살과 주부습진 등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도 김장과 관련한 고충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회원은 "김장은 노동의 강도가 높아 김장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김장철이 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장시간 앉아 김칫소 등을 버무리기 때문에 손목, 허리, 무릎 등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냥 사 먹고 싶은데 직접 만든 김치를 좋아하는 가족들 때문에 힘들어도 만들게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렇다 보니 손쉽게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김장키트 등 관련 상품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도 30분 내로 쉽게 김장을 완성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GS25는 간편하게 김치를 담그려는 트렌드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 5일부터 김장키트, 절임 배추 7종, 김칫소 등을 판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아예 포장김치를 사 먹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김장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자 중 40.5%가 줄어든 김장을 '시중 포장김치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필요한 양만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45.7%를 차지했다. 그만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공급 관점에서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고충을 파악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이 김장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며 "또 관련 업계에서도 많은 연구를 통해 맛에 공을 들이는 등 발전해 가고 있다. 가격 역시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공급자도 수익이 나고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구조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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