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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 둔 미혼모입니다" 대학서 뱉은 자기소개 '첫마디'

최현만 기자 입력 2020. 11. 08. 08:46 수정 2020. 11. 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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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삶 下] "청약통장 해지 후 미혼모 시설로..아빠도 지금은 뿌듯"
미혼모 시설, 통금에 행선지 기록까지..비현실적 규칙도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대학에서 학과장님이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그때 제가 먼저 3살 아이의 엄마라고 미혼모라는 사실을 밝혔어요. 처음 말했을 때 강의실이 술렁이기는 했는데 그래도 다들 응원해주더라고요."

당당한 미혼모 김명지(22·여)씨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식을 앞두고 아이를 임신하게 된 김씨는 가족의 반대에 집을 나와 아이를 낳았다.

미혼모가 자랑이냐는 말에 '제가 죄를 지었나', '그럼 제가 숨어다녀야 하나'라고 맞받아친다는 김씨는 미혼모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얘기했다.

분유를 지원받으려면 매번 어린이집 교사에게 분유 뚜껑을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시설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해 학교에 지각할 뻔 하기도 했다.

당근마켓에 '아이 판매' 글을 올려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미혼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언론이 미혼모가 어디 살고 언제 미혼모 시설에 입소했는지를 낱낱이 공개했기 때문에 미혼모가 시설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고등학교 졸업식 앞두고 임신…청약통장 해지해 미혼모 시설로

김씨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던 2016년, 그는 임신 4주차일 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고 며칠 뒤 아버지한테만 말했다.

아버지가 낙태를 권유하자 김씨는 그날부터 나와 찜질방에서 2주간 생활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청약통장에 돈을 모아뒀었다"며 "통장을 잃어버렸다고 분실 신고를 하고 청약을 해지해 그 돈으로 생활했다"고 밝혔다.

이후 3년여 기간 동안 미혼모 시설들에서 생활하던 그는 최근 자취를 하면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김씨는 "아버지는 임신 5개월쯤 잘 키워보자면서 마음을 돌리셨다"며 "요즘엔 제가 앞가림을 잘하고 다니는 것에 뿌듯해하신다"고 웃어보였다.

© News1 DB

◇"미혼모 시설서 규칙 자의적으로 정해…항의에도 안 바뀌어"

그는 미혼모 시설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자주 직원들과 갈등이 생겨 심리상담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아기 분유를 지원받으려면 전 달에 분유 몇 캔을 먹었는지 뚜껑을 제출해야 한다"며 "어린이집에 분유를 보내놓기 때문에 매번 어린이집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사정을 설명하면서 뚜껑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뚜껑 사진을 찍는 등 다른 방식으로 분유를 먹었다는 걸 증명하면 안되냐고 제안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대학교에 등교해야 해 수업에 지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미혼모 시설에서 마음대로 규칙을 정해 통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아무런 대안없이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해 항의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여성가족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는 있었다.

아울러 미혼모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미혼모 시설은 미혼모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듯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시설에서는 미혼모가 어떤 목적으로 외출을 하고 행선지가 어딘지를 매번 적도록 한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원장이 왜 이렇게 외출이 잦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성인 나이지만 오후 6시까지 시설에 꼭 들어와야 한다는 '통금'(통행금지)을 걸어놓기도 한다.

중고거래 앱에 한 산모가 입양절차를 상담받던 중 홧김에 이 글을 올린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사진은 해당 앱에 올라온 게시물(독자제공)© News1

◇"당근마켓 '아이판매' 잘못됐지만…사례 관리 빨랐으면 어땠을까"

김씨는 중고물품을 파는 당근마켓에 '아이 판매' 글을 올린 미혼모에 대해 "산후조리원 관계자나 미혼모 시설 종사자들이 빠른 시기에 해당 미혼모가 사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는 아이 아빠가 아이를 책임지지 않거나 가족이 자신을 등지는 등 짧은 시간에 좋지 않은 일을 겪을 수 있어 출산 전후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아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건 잘못이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언론에서 미혼모가 어디 살고 언제 미혼모 시설에 입소했는지를 낱낱이 밝혔기 때문에 미혼모가 시설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며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빨리 퍼진다"고 지적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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