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 현실화.. 신입생 유치전 사활 건 지방대

최형창 2020. 11.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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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입 정원, 수험생보다 4만명 많아
수시 경쟁률 수도권 10.5대 1·지방 5.6대 1
지방대 태반 수시서 정원 못채울 가능성
코로나로 유학생까지 크게 줄어 '이중고'
"정원 감축·유형별 특성화·전문화 등 필요"
#1. 광주·전남의 한 대학교 소방행정학과 A교수는 지난 9월 내내 카카오톡에 매달려야 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방문했던 고등학교 학생들과 카톡으로 일대일 진로상담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A교수는 “지원하겠다고 연락한 학생 집까지 찾아가 원서 작성과 접수를 도와줬다”며 “비슷한 학과가 여러 대학에 개설되고 있어 내년에는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 수도권 한 4년제 대학의 한국어학당 수강생은 지난 9월 말까지 840명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1350명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 베트남과 중국 등 외국인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수강생 수가 곧 학교 재정과 직결되는데 내년에도 비슷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몰락?… 신입생 급감에 지역 대학 직격탄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은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3 학생 수는 43만7950명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은 49만3433명이다. 수능의 실제 응시율(89%) 등을 감안하면 43만9000명이 대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반대와 전문대를 통틀어 내년 대학 입학정원은 47만9012명이다. 입학정원 중 4만명 정도를 채우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대학을 중심으로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올해 정원 내 신입생 경쟁률을 보면 비수도권 평균은 6.4대 1인 반면 수도권은 7.8대 1이었다. 전남(5.0대 1), 제주(5.1대 1), 경남(5.2대 1), 경북(5.3대 1) 등은 비수도권 평균보다도 훨씬 낮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도 비슷한 추세다. 수도권 대학 평균 경쟁률은 10.5대 1인 반면 비수도권은 5.6대 1이다. 수시 지원 가능 횟수가 최대 6회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대 태반이 수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학령인구 절벽 사태에 대비했다. 대학평가를 통해 폐교 및 정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의 칼날은 주로 비수도권 대학들을 향했다. 지난 8월 말 폐교된 동부산대에 이어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전북 군산의 서해대를 포함해 지금껏 문 닫은 대학 17곳 모두 비수도권이다. 또 2019년 현재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은 53만3492명으로 2011년(61만2878명)에 비해 13.0% 줄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경우 22만1742명으로 8년 전(23만6340명)에 비해 6.2%만 줄었다.

◆스마트폰·전액장학금 등 신입생 유치에 사활

지방대들은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단 전입금이나 발전기금(기부금)이 거의 없어 학생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광주 호남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두에게 아이폰 등 55만원 상당의 스마트기기를 지원하겠다고 홍보했다. 수시모집 등록자에게는 에어팟 또는 현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호남대 관계자는 “수험생들에게 학교를 알리고 이미지 제고를 위해 나온 아이디어”라며 “이런 홍보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는 내년 신입생 모두에게 입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수능 성적 우수자에게는 학기당 생활비 35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경남대는 기계공학부 스마트기계융합공학전공 신입생 전원에게 생활비 100만원(장학금 별도)과 노트북을 무상 지급하고, 사업 참여 학생들에게는 매달 인건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부산 동아대는 인문·자연과학대학 학과별로 최초 합격자 등록 시 입학학기 수업료의 5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20만∼30만원의 도서구입비를 별도 지급할 계획이다.
지리적 여건 등으로 영호남 지역 대학들에 비해 신입생 유치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중부권 대학들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우수 학생 모집에 적극 나섰다. 충남대는 수능 전 영역 1등급자가 입학할 경우 학사는 물론 석·박사 전 과정의 등록금을 면제하고 매년 1500만원의 학업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학부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가면 석사과정은 4000만원, 박사과정은 6000만원을 준다. 배재대는 수시 최초 합격자에게 150만원, 충남·북 지역 학생에게는 첫 학기에 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유학생 충원하기도 힘들어”

지방대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창원대는 신규 입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전용 예비학부과정 운영과 지도교수 멘토링 일대일 전공학습도우미 제도 등을 운영한다. 부산대는 유학생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에 따라 4급 이상은 수업료Ⅰ 전액을, 5급 이상은 수업료Ⅱ 전액 등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올 들어 외국인 유학생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국내 일반대·전문대에 다니는 외국 유학생은 17만7368명으로 지난해(18만9486명)보다 6.4% 감소했다.
한 대학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지방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뿐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중부대와 동양대, 청운대, 경동대 등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수도권에 제2의 캠퍼스를 둔 대학들의 대입 경쟁률이나 합격자 성적 하향선은 확장 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충청 지역 대학 관계자는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성적 등을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이상 지방대들의 수도권, 세종권으로의 진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전반의 정원 감축과 함께 유형별 특성화·전문화와 같은 재구조화 작업을 조언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최근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에서 “저출산 등으로 2037년이 되면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지방대가 209개교로 전체의 84%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전체 대학의 10% 정원 감축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제도의 개선 등을 제안했다.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3, 2030년대 30만대… “2037년 대학정원 40% 못채워”

대입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가 2020년대 45만명가량을 유지하다가 2030년대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2037년엔 대학 정원의 40%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대와 전문대 입학정원은 53만3492명(방송통신대 제외)이고, 고3 학생 수는 49만7562명이었다. 물론 고3생 모두가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재수생 등 ‘n수생’, 외국인주민의 국내 출생자녀 등도 변수다. 하지만 대체로 고3 학생 수 추이를 보면 학령인구 절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출생아 위주로 살펴봤을 때 2020년대 고3 학생수 는 41만3179명(2023년)과 47만3365명(2025년) 사이를 오르내린다. 향후 10년간 평균 고3 학생 수는 약 44만7300명이다. 문제는 현재 만3세가 고3이 되는 2035년부터다. 37만2650명으로 줄더니 2년 뒤엔 30만9300명까지 내려앉는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극소수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신입생 보릿고개를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절벽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 수는 2016년 269만여명에서 올해 267만여명으로 2만명(0.8%) 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중학생 수는 5년 전보다 14만여명(9.7%) 감소한 131만5800여명이었다. 올해 고등학생 수는 133만7300여명으로 2016년(175만2400여명)보다 무려 23.7% 감소했다.

학교는 오히려 늘었다. 올해 초·중·고교 수는 1만1926개교로 5년 전보다 88곳 더 늘었다. 신도시 개발 등의 여파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학교당 평균 학생 수는 초등교 426.36명, 중학교 406.00명, 고교 564.99명으로 5년 전보다 각각 3.43명, 44.40명, 180.10명 줄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교의 경우 지역규모별로 감소 폭은 달랐다. 올해 특별·광역시 고교당 학생 수는 평균 658.06명으로 5년 전(896.00명)보다 26.55%나 줄었다. 이어 면 지역(236.66명·24.56%↓), 도서벽지(138.19명·23.74%↓), 시지역(681.50명·23.54%↓) 순이었다. 읍지역 평균 학생 수는 384.93명으로 5년 전(482.15명)보다 상대적으로 완만하게(20.16%↓) 감소했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특별·광역시의 학교당 학생 수 감소폭이 제일 크다는 의외의 결과에 평준화 정책과 대규모 택지개발 등 관련 요인을 연구 중”이라며 “경계해야 할 것은 양적인 학생 수 감소가 학교나 학급, 교원 등 교육환경 투자 감소 논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적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교육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 교육복지 등 질적인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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