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북악산 구간 개방"..한쪽엔 술파티 '눈살'

김고금평 기자 2020. 11. 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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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방한 '북악산 한양도성' 가보니..한양도성 제대로 느낄 기회+광화문 한눈에, 2022년 2단계 구간 개방
홍성규 북악산 해설가가 1968년 김신조 등 31명이 침투해 교전을 벌이며 총탄 15발을 소나무에 새긴 '1.21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어설프게 보이던 광화문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성곽 길의 면면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북악산 전면개방’ 조치에 따라 52년 만에 문을 연 ‘한양도성 녹지구간’을 지난 6일 둘러봤다.

이 구간은 부암동 토끼굴에서 곡장 전망대로 이어지는 1780m 길이로, 지난 1일 우선 개방됐다. 2단계 구간인 숙정문~삼청공원구간 3000m는 2022년까지 개방된다.

북악산 산책로는 지난 1968년 ‘1.21 사태’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대통령 암살을 목적으로 기습한 사태로, ‘김신조 사건’으로 불린다. 한동안 전면 금지된 이곳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북악산 둘레길 일부를 개방한 뒤 지금 정부에서 ‘전면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며 민간인 출입을 확대하고 있다.

군사통제시설이라는 딱딱한 이미지와 한양도성이라는 옛스러운 고풍의 문화재 숨결이 오묘하게 섞인 색깔 때문에 한발 내디딜 때마다 만나는 장면이 꽤 이색적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6일 기자단과 새로 개방한 북악산 한양도성 녹지구간을 산행하기 위해 토끼굴 제1 출입구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여기는 군사시설로 출입을 금지합니다’ 같은 푯말이 그 너머의 풍경을 궁금해하는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내 펼쳐지는 성곽 길과 청운대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에 막힌 체증이 한꺼번에 뚫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하기 위해 ‘지속성’이라는 가치가 중요한데, 군사시설로 시작한 북악산 일대가 그 ‘역사’를 유지하며 민간인에게 ‘문화’를 보여주는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북악산 개방을 위해 도성 옆의 군 철조망을 모두 뜯어 계단으로 재정비하고, 경계초소를 포토샵으로 사용하는 등 시민을 위한 ‘열린 산책로’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청운대 전망대에서 곡장에 이르는 한양도성 길에는 역사적 에피소드도 만날 수 있다. 이를테면 도성 성곽에 쓰인 돌의 크기나 재질에 따라 왕권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원석 그대로 쌓아올린 흔적은 태조 때, 메주 모양 돌은 세종 때, 좀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정사각형의 돌은 숙종 때 등 도성은 왕권에 따라 축조 형태가 달랐다.

청운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사진제공=문화재청


홍성규 북악산 해설사는 “이번에 개방되는 한양도성 길은 가장 아름다운 북악산에 이르는 구간”이라며 “청운대 전망대에서 보면 광화문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저 멀리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운대 근처에는 ‘1.21 사태 소나무’도 만날 수 있다. 김신조 등 31명이 침투해 칠궁 앞에서 경찰과 교전 후 북악산 및 인왕산 지역으로 도주했는데, 교전 중 소나무에 15발의 총탄이 그대로 남아있는 흔적을 보존한 것이다.

청운대 반대편으로 걸으면 주요 시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성벽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형태의 ‘곡장’이 나온다. 홍성규 해설사는 “곡장은 인왕산과 북악산에 하나씩 있는데, 이곳 북악산 곡장이 서울 산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지금은 북안산과 인왕산 두 곳이 끊겨 있지만 언젠가 두 곳을 연결해 한양도성이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곡장 전망대에서 부암동으로 내려오면 명승 제36호 백석동천이 보인다. 풍경이 뛰어나고 건물이 잘 보존돼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항복의 별장지였다거나, 추사 김정희의 소유였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정확히 알려진 얘기는 없다.

곡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양도성 길. /사진=김고금평 기자


이날 북악산 투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발견됐다. 청운대 전망대에서 돗자리를 깔고 배달음식으로 포도주를 따려는 직장인들의 ‘점심 회식’이 그것. 문화재청 직원들의 제지를 받고 한발 물러났지만,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모퉁이에서 회식은 계속 이어졌다.

북악산 한양도성 탐방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안내소에서 신분확인 절차 없이 출입 표찰을 배부받아 입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1, 2단계 자유탐방, 3단계 탐방 전면 중지)에 따라 운영이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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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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