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미군 헬기사격 훈련 멈춰라"
[경향신문]
포천서 해오던 ‘아파치 훈련’
올해부터 포항 수성사격장서
주민들 “굉음·진동으로 고통”
입구 막고 대규모 농성 배수진
국방부 “16일 재개” 갈등 고조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소재 수성사격장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놓고 지역 주민과 국방부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과거 55년 동안 안보 차원에서 굉음과 진동 등 사격훈련 피해를 참고 살았지만, 더는 살 수가 없다”며 아예 사격장 폐쇄까지 요구했다.
포항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는 10일 사격장 입구에서 주민 300명 이상, 차량 100대 이상을 동원하는 대규모 승차집회를 열 것이라고 8일 밝혔다. 반대위는 당일 집회 이후 16일까지 사격장 입구를 봉쇄하고 농성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지난달 12일 실시하려다 주민 반발로 한 달가량 연기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오는 16일부터 4주간 수성사격장에서 재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실제 사격훈련이 강행될 경우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수성사격장은 주민 50여가구 130여명이 사는 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곳으로 1965년 만들어졌다. 이 사격장에서 연간 수백회에 걸쳐 해병대·해군·육군 등이 보유한 전차 등 직사화기·곡사화기·헬기 사격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반대위는 주한미군이 지난 2월 4주간의 사격훈련을 하면서 사전예고조차 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수성사격장에 대해 수십년간 쌓인 주민 불만이 폭발했다고 밝혔다.
주민 김모씨(65)는 “헬기 사격은 일반 소총 사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음과 진동을 일으킨다”면서 “야간 사격을 할 때는 밤 10시 넘어까지 폭음이 들려 밤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기존 경기 포천 영북면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사격장)에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하다가 올 들어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훈련장을 옮겼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는 1953년부터 미군이 사격훈련을 해왔고, 인근 주민들은 2017년부터 가축 유산과 낙하탄 등에 의한 피해 구제와 사격장 폐쇄를 요구해왔다. 주한미군은 로드리게스 사격장 대신 수성사격장을 활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규 반대위 사무국장은 “경기 주민들이 피해를 제기하자 포항으로 훈련장을 옮긴 것은 포항 지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반대위는 지난 9월 중순 장기면 주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방부에 ‘수성사격장 헬기 사격 중단 및 사격장 폐쇄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회 국방위를 방문해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요구사항이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장·정책기획관·박재민 국방차관 등이 지난달부터 차례로 포항에 내려와 주민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잇따라 무산됐다.
주민들은 “사격훈련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국방부는 “민·관·군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현측 반대위 대표위원장은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헬기 사격훈련 중단 약속을 하지 않는데 무슨 협의를 할 수 있냐”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가 사격장 주변 수성리 주민 피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용역 범위를 장기면 전체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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