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그들은 웃통 벗었다..소방관들 7년째 '몸짱 선행'

김지아 2020. 11. 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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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몸짱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 제작에 참여한 최정호 소방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구릿빛 피부에 울퉁불퉁한 근육…. 하나같이 호스를 들고 있거나, 소화기를 만지거나, 헬멧을 쓰고있다. 얼핏 보면모델 같지만, 직업이 모두 소방관이란 공통점'.

매년 연말이면 화제에 오르는 '몸짱 소방관' 달력은 7년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만든다. 수익금은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화상 환자들에게 전달한다. 소방관들은 어떤 심정으로 카메라 앞에서 웃통을 벗었을까.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달력 모델로 나선 서울 성북소방서 길음 119안전센터 소속 최정호(27) 소방관을 인터뷰했다.


“촬영 전 24시간 물 한 모금 안 마셔”

‘2021년도 몸짱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 제작에 참여한 최정호 소방관이 달력모델 선발 본선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모습. 최정호 소방관 제공

“화상 치료는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운 치료예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몇 년 동안 계속해야 하니까요. 화상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최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만난 화상 환자를 보고 달력 제작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심한 화상을 입고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을 봤다”며 “마침 화상 환자들을 위한 달력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소방재난본부는 관내 24개 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의 지원을 받아 ‘몸짱 소방관’ 15명을 선발했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한다는 최 소방관은 “일반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듯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며 “사진 찍기 24시간 전부터 물 한 모금도 먹지 않았다. 촬영을 끝낸 후 마음껏 먹었다”고 했다.

달력 제작에 참여한 뒤 화상 환자로부터 감사 인사와 선물도 받았다. ‘화상 환우들의 희망지킴이 최정호 님께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라고 적힌 캘리그라피(글씨·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였다.

‘2021년도 몸짱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 제작에 참여한 최정호 소방관이 화상환자에게 받은 선물. 최정호 소방관 제공

소방관으로 일하며 겪은 고충도 털어놨다. 최 소방관은 “신고가 들어와 급히 출동하면, 취객이 폭언·폭행을 하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할 때도 잦다”며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4분인데, 이런 민원성 신고 때문에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못 받는 경우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차는 각 동 단위당 약 1대씩 있다. 심정지, 뇌혈관계질환자 등 응급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달력 판매 반 토막”

‘2021년도 몸짱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최 소방관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달력 판매량이 약 50% 줄었다”고 털어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달력 홍보를 위한 오프라인 행사 등이 어려운 상황 탓이다. 그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달력인 만큼 주변에서도 많이 응원해주신다”며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1년도 몸짱 소방관 희망 나눔 달력’은 내년 1월 1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지난 7년간 달력 수익금은 6억 7000여만원. 수익금 전액은 중증화상 환자 154명에게 전달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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