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반납·채식 실천.. '환경 지킴이'로 나선 시민들

이강진 2020. 11. 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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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6% "기후위기 심각성 느껴"
'3주간 일상 바꾸기' 1775명 참여
캔햄 뚜껑 등 모아 기업에 보내고
"재포장 축소 동참" 정부에 편지
온실가스 줄일 채식도 적극 동참
SNS 인증 사진 올려 서로 독려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 진행된 ‘지구를 지키는 소비자 되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지혜(39)씨가 재포장 비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자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에 보내기 위해 작성한 편지. 정지혜씨 제공
 
“제가 아무리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해도, 매주 쓰레기 수거일이면 아파트 플라스틱 쓰레기 포대가 터질 것 같이 가득 차는 걸 보면서 우울했어요. 시스템과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의 일상에서 발견한 불필요한 포장재를 기업에 반납하는 ‘지구를 지키는 소비자 되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정지혜(39)씨는 쓰레기 수집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빨대 반납 운동’으로 눈길을 끈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과 서울시가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참가자들의 불필요한 포장재 모으기와 함께 기업에 변화를 요청하는 편지 쓰기도 진행됐다.

반납할 불필요한 포장재로 스팸 캔의 플라스틱 뚜껑과 재포장 비닐을 선택해 21일간 모아온 정씨는 “제가 모을 쓰레기를 제가 정하다 보니 생활방식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했다”면서 “활동을 위해 삶을 바꿔가면서, 포장이 과한 거는 사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포장 비닐의 경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본 정씨는 환경부를 수신자로 한 편지를 썼다. 정씨는 “결국엔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제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면서 “(이번 활동을 통해) ‘내가 한명의 소비자로서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구나. 그리고 이 활동이 목소리를 그렇게 낸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 자신이 되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활동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일회용 마스크 고리 등을 모으고 있는 정씨는 추후 편지와 함께 이를 자체적으로 기업에 보낼 계획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불필요한 포장재를 기업에 반납하는 ‘지구를 지키는 소비자 되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지혜(39)씨가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 모은 캔햄 플라스틱 뚜껑과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작성한 편지. 정지혜씨 제공
지구지킴이 쓰담쓰담은 정씨 외에도 다양한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불필요한 포장재들을 모두 모아 해당 기업 또는 정부 부처에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클라블라우(활동명) 지구지킴이 쓰담쓰담 대표는 “‘나 하나’의 힘이 매우 크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데 서울시와 뜻이 맞아 함께하게 됐다”면서 “(참가자) 개개인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8개 시민·사회단체와 시가 지속가능한 생태 도시 구축을 목표로 기획한 ‘내일을 위한 전환, 일상 실천 21’ 활동 중 하나다. 시는 포장재 반납 외에도 ‘환경기사 읽기 및 정책 제안’ 등 시민들이 도전할 수 있는 8개 실천 과제를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천 과정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4일까지 3주간 참여했다. 참가 신청 인원은 1775명에 달한다. 행사 기간은 “무엇이든 21일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미국 심리학자 맥스웰 몰츠의 ‘21일 법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 진행된 ‘너도나도 채린이(채식주의자와 어린이를 합성한 단어로 채식을 막 시작한 사람을 의미)’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가희(35)씨가 직접 요리한 채식 음식 사진. 고가희씨 제공
직장인 고가희(35)씨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선 채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8개 실천 과제 중 하나인 ‘너도나도 채린이(채식주의자와 어린이를 합성한 단어로 채식을 막 시작한 사람을 의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축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채식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고씨는 “올여름 최장 기간 장마로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걸 보고 환경 공부를 하다 ‘결국에는 채식이 답이구나’라는 마음에 다다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채식 관련 검색을 하다 이번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을 보고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14∼69세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8%가 올여름 폭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겪으며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활동 기간 중 성실하게 채식을 이행한 참가자들은 이현주 고기없는월요일 대표로부터 채식 식단과 조리법을 제공받기도 했다. 고기없는월요일은 공공기관과 학교 등을 중심으로 주 1회 채식급식을 제안하고, 환경과 먹거리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다. 이 대표는 “예전 같았으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을 텐데, 이번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참가자) 인터뷰를 해보니까 ‘(환경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다’는 답변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 진행된 ‘너도나도 채린이(채식주의자와 어린이를 합성한 단어로 채식을 막 시작한 사람을 의미)’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영선(38)씨가 직접 요리한 두부볶음밥. 서영선씨 제공  
고씨는 “앞으로 되도록 물건도 덜 소비하고, 채식하면서 최대한 세상에 해를 덜 끼치는 방법으로 살고자 마음먹었다”면서 “세상을 나 혼자만이 아닌, 세상에 많은 생명체와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주변에도) 채식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채린이’ 프로젝트 참가자 서영선(38)씨는 “정부에서 ‘고기없는월요일’처럼 요일 (하나를 정해) 하루 정도 (채식) 식단을 짜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면서 “다만 왜 채식이 좋은지,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채식을 하라 하면 (채식에 대한) 혐오감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채식이 왜 좋은지를 미리 설명해주는 활동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일상 실천 21에 참여한 시민들의 우수 실천 사례를 모아 오는 25일부터 도시전환을 주제로 개최되는 ‘서울혁신주간’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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