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바로 아래서 대범한 금고털이..잡고 보니 '중학생'

김서연 기자 2020. 11. 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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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이 없는 상점에 들어가서 현금을 훔쳐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2분 정도밖에 안 걸렸습니다. 더 황당한 건 붙잡고 보니 중학생들이었다는 겁니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장애인을 판다고 글을 올린 사람도 추적을 해보니 10대였습니다. 단순한 일탈 정도로 볼 수 있을까요? 범죄를 저지르고도 되레 '아직 14살이 안 돼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며 맞받아치는 10대들도 있습니다.

김서연 기자입니다.

[기자]

무인 상점에 두 남성이 들어섭니다.

익숙한 듯 한 명이 망을 보고, 다른 한 명은 뾰족한 물건을 꺼내 자물쇠를 열기 시작합니다.

30초 만에 금고가 열리고, 가방에 현금을 담아 떠납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2분 남짓이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CCTV가 있는데도 바로 아래서 금고를 털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50여 미터 거리에 파출소가 있지만,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같은 날 인근의 다른 무인 상점도 피해를 봤습니다.

이들은 20분 만에 상점 두 곳에서 80만 원가량의 현금을 훔쳤습니다.

알고 보니 만 14살 미만의 중학생들이었습니다.

[A씨/피해 점주 : 너무도 여유롭게 범행을 저질러서. 근데 어리다는 걸 듣고…]

[무인상점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 : 천왕동 털린 다음 날, 거기 왔던 친구들이 바로 옆에 오류동에 와서 처음에는 성공을 해서 털어가고…]

경찰은 지난달 30일 두 학생을 특정하고 지난 5일에야 불러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두 학생을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소년법상 만 10살 이상부터 13살까지는 '촉법소년'으로 범죄를 저질로도 법원에서 처분만 받습니다.

만 14살 이상 또는 성인처럼 직접적인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겁니다.

[B씨/피해 점주 : 아무 처벌도 없이 가면 아 그걸 이용해서 그 일을 또 하고 또 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실제로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서 수십차례 절도를 일삼았던 중학생 4명은 매번 훈방 조치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결국 지난달 초 훔친 차를 몰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다시 붙잡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장애인을 판다'는 내용의 게시물입니다.

다른 이용자들이 항의하자 게시자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문제 될 거 없다"고 맞받아칩니다.

경찰이 잡고 보니 실제로 촉법소년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범죄로 법원의 소년부에 송치된 8600명이 넘습니다.

한해 전보다 17% 늘었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자기들이 처벌받지 않는 걸 기회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13세들을 보호처분에 머무르게 하는 게 아니라…]

하지만 처벌 강화만이 해결책이 아니란 의견도 있습니다.

[한영선/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전 소년원장) : (처벌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아주 나쁜 방법이에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보다는 가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거의 대부분인데…]

또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소년원 출신'이란 낙인이 찍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화면제공 : JIBS)
(영상디자인 : 최석헌·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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