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

2020. 11.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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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했던 올해 대검찰청 국정감사 동영상을 돌려보다 빙긋 웃음이 났다.

옳든, 그르든, 의인이든, 악인이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예스러운 남자의 매력이 넘친다.

올 국감은 그런 윤석열 캐릭터가 드라마틱하게 빛난 최고의 정치 이벤트였다.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은 지금 우리 사회가 찾아 헤매는 자질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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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온라인뉴스부장


떠들썩했던 올해 대검찰청 국정감사 동영상을 돌려보다 빙긋 웃음이 났다. 사나이네. 그것도 대놓고 올드하게.

2020년 국감에는 7년 전 ‘윤석열 파동’을 일으킨 그 남자가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선언했던 사람.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국감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인물이 이번엔 검찰총장의 타이틀을 달고 같은 자리에 앉았다. 적(敵)은 여전히 법무부와 여당. 얼굴만 바뀌었을 뿐이다. 옳든, 그르든, 의인이든, 악인이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예스러운 남자의 매력이 넘친다. 언제든 영화 ‘베테랑’ 속 열혈형사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부르짖을 듯한, ‘사나이’보다는 ‘싸나이’가 어울리는, 소신과 의리의 화신 말이다.

올 국감은 그런 윤석열 캐릭터가 드라마틱하게 빛난 최고의 정치 이벤트였다. 토론 승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11시간의 열띤 공방 후 남은 건 질문도, 답변도 아니었다. 거구의 장수 윤 총장만 선명하게 각인됐다. 한편으로 그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끌려 나온 좌절한 맹수 같았다. 우직하고 안쓰러운. 모두 여의도 정가에서 탐낼 법한 정치적 자산이다.

명대사는 수두룩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거나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는 말은 며칠간 뜨겁게 회자됐다.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옛 친구의 비판에는 “선택적 의심 아니냐”고 받아쳤고, 측근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에는 “식물총장이라는데 내가 누구를 비호하냐”고 반박했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굉장한 번민을 했다” “그냥 편하게 살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나이 오십 넘어 한 결혼” 같은 인간적 토로도 있었다.

간혹 윤 총장이 성실히 답변했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윤 총장은 검찰에 여러 건의 사건이 계류 중인 언론사 사주를 만난 일에 대해 줄곧 “상대가 있어 확인할 수 없다”고 회피했고,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내·장모 관련 해명을 듣다 보면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끝인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특정인 가족에 어떤 규모의 수사권을 휘둘렀는지 목격한 마당에 ‘혼자 너무 억울해한다’ 싶은 거다.

무엇보다 윤 총장의 검찰관에는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 그는 최근 강연에서 “검찰은 권력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이를 통해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자보호·강자엄벌은 윤 총장이 수시로 말해온 키워드다. 콜로세움에 홀로 선 채 ‘악당’ 정치 권력을 처단하는 ‘검투사’ 검찰. 윤 총장이 꿈꾸는 검찰은 의인 조직인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은 누군가 대신 칼을 휘둘러 지켜줘야 하는 약자가 아니라 제 권리를 스스로 찾는 시민들이다. 검찰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권한을 위임받은 직업인일 뿐이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특정 검사의 기개가 아니라 권한분산과 상호감시를 통해 성취될 수 있다. 내가 아는 검찰 개혁은 그런 거다. 내놓고 떼어내고 포기하는. 정의감을 외치며 제 영토 지킬 궁리를 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윤 총장의 ‘싸나이 리더십’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정치인 윤석열의 등판 여부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선거는 공동체의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고, 대통령이 전인격으로 표상하는 덕목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요체 같은 거다. 사나이 윤석열의 매력은 지금 우리 사회가 찾아 헤매는 자질인 걸까. 간만에 대선이 기다려진다.

이영미 온라인뉴스부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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