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 돌아왔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다

정승임 2020. 11.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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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한반도 외교]
<중> 돌아온 동맹주의, 빛과 그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윌밍턴 AP=연합뉴스

“동맹 및 우방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올 8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동맹’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홀로 된 미국을 만들었다”며 ‘동맹의 재창조’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주요 대외 공약으로 내걸었다.

‘동맹주의자’ 바이든의 당선은 우리에게 일단 반가운 뉴스다. ‘동맹’을 비용으로 계산하며 겁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일방주의 외교’와는 달리 호혜적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동맹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된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국내 언론 기고문 말미에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의미의 구호인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시대’의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담보하진 않는다. 올 8월 ‘공약집’ 격인 민주당 정강정책에 “동맹은 대체 불가한 국가안보의 초석이자 엄청난 전략적 이득을 제공한다”고 명시됐듯 동맹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도 미국의 ‘전략적 이득’을 위해 동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던져진 셈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시대의 한미동맹을 날씨로 비유하면 ‘날은 화창한데 쌀쌀할 수도 있다’로 표현된다”며 “트럼프 때처럼 먹구름은 없겠지만 날이 추울 수는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전용기편으로 경기도 평택 미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할 당시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오른쪽은 바이든 부통령의 손녀. 연합뉴스

“피로 맺어진 동맹… 폭력단 갈취행위처럼 대우 안 할 것”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훼손했던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에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9월 미군 ‘성조지’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화를 들고 동맹국 정상들에게 전화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를 믿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 8월 민주당 정강정책 아시아ㆍ태평양 전략 편에 “미국은 파트너를 폄하하고 동맹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신 일본ㆍ한국ㆍ호주를 포함해 역내 핵심 동맹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후보자 시절 바이든은 특히 한미동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내 언론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국민과, 한국이 전쟁 이후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한반도의 핵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는 한국의 동맹 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동맹인 한국을 갈취하려고 했다”며 “폭력단의 갈취행위처럼 동맹을 대우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으로서 한국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한미관계를 안정적 궤도로 올려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3년 12월 당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며 방명록 작성대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中에 맞서는 효과적 방법은 동맹과 연합전선 구축”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동맹에게 일방적 혜택을 주겠다는 ‘립 서비스’가 아니다.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의무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 3월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의 인권침해와 폭력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반중전선 동참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정강정책에는 "우리는 동맹들이 그들의 방어 역량을 구축하고 지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맡도록 독려할 것"이라는 구절도 명시됐다. 동맹들이 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맡아야한다며 동맹들을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며 사실상 국방비 감축을 시사하는 정강정책도 채택했다. 트럼프 정부가 거친 방식으로 방위비 분담금이란 '돈'을 요구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더욱 정교하고 세련된 외교로 역할 분담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은 “동맹을 중시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스탠스가 거꾸로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때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 정치적 입장을 내라고 압박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 중심의 동맹 연대에서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만 혼자 나섰던 트럼프식 ‘나홀로 중국 때리기’가 아니라 ‘동맹국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기조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선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쿼드(Guad) 플러스 등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반중국협의체 역시 이름만 바뀐 채 유지돼 우리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바이든은 동맹주의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는 하지 않았던 한미일안보협력, 동맹 네트워크 참여, 미중 이슈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당선인이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인 2013년 12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지 말라”며 중국에 경도된 당시 정부의 기조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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