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나라에 월세 내는 꼴"..보유세 반발, 세입자에 '불똥'

국종환 기자 2020. 11. 10. 0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주택 보유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전세난 상황에선 임대차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까 우려된다"며 "집주인들이 전세로 이동하거나 월세를 올릴 경우, 중저가 주택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월세 가격 불안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 불어난 세금에 당혹..세입자에 전가 조짐도
"전세난 상황에선 임대차시장 또 다른 불안 요인 될 수도"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집값이 올랐을 뿐인데 보유세를 연 1000만원 이상 내라니 걱정되네요. 결국 집주인도 나라에 월 100만원씩 내고 월세 사는 꼴이 됐습니다. 세를 놓은 집주인들에겐 월세를 올릴 또 다른 명분을 준 것입니다."(서울 마포구 거주 A씨)

공시가격 현실화로 주택 보유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금 부담을 피하고자 서둘러 집을 내놓거나, 월세를 놓고 전세로 옮기려는 모습들도 나타난다. 일각에선 전세난을 이용해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10일 중개업계와 주요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이후 대책에 대한 집주인들의 문의와 대응 방안 등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3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시세반영률(현실화율) 90% 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공시가가 시세의 90%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93만원(KB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의 공시가격이 2027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오르는 것이다.

각종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가가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들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고가·다주택일수록 세금 부담은 커진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1158만원에서, 5년 뒤 4503만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오른다. 연간 보유세가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에 달한다.

강북권도 예외가 아니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325만원에서, 5년 뒤엔 1314만원으로 4배가량 오른다. 한 달로 치면 월 100만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그러자 세금 부담이 큰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701건으로, 공시가 로드맵 공청회 직전인 10월26일(4만2559건) 대비 3142건(7.4%) 증가했다. 급매물도 2248건에서 2535건으로 287건(12.8%)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권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자신의 집을 월세로 내놓고, 본인은 전세로 옮기려는 집주인들도 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B씨는 "몇 년 후엔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집을 월세를 놓아 세금을 마련하고, 평수를 낮춰 전세로 옮겨 사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전세난을 이용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월세 값을 올려 늘어난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도 나타난다. 세금 인상으로 전셋값 상승 명분이 더 생겼다는 것이다.

송파구 C씨는 "집주인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가 집중되면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감당 못 하는 세금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높여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임대 중인 주택의 월세를 얼마나 높일지, 또 이후 세금을 전가해 집을 비싸게 파는 방안 등을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통해 추산한 집주인들도 보인다.

이미 임대차시장에선 전세에 이어 월세도 들썩이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9월 사상 최고인 0.78% 상승 폭을 기록한 뒤 지난달 0.40% 추가 상승했다. 종전 올해 최대 상승 폭은 4월 0.15%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전세난 상황에선 임대차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까 우려된다"며 "집주인들이 전세로 이동하거나 월세를 올릴 경우, 중저가 주택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월세 가격 불안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